1991년 2월 서울 선일여고 졸업식 때 전주원을 만났다.
당시 이미 여고 농구스타로 이름을 날렸기에 회색 교복을 입은 그를 알아보는 팬이 많았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렀어도 전주원은 여전히 ‘정상’에 서 있다.
지난 주말에는 신한은행을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 시즌 어시스트 1위(5.8개)를 달리고 있으며 평균 28분 출전에 5.8득점, 3.1리바운드.
1972년생 쥐띠, 우리 나이로 37세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여자프로농구에서 막내인 1990년생 선수와는 18년 차나 난다.
게다가 그는 5세 된 딸(수빈)까지 있는 주부가 아닌가.
그래도 전주원은 “옛날처럼 빨리 결혼했으면 후배들만 한 딸도 있겠죠, 호호…. 하지만 마음은 아직 20대예요”라며 웃는다.
그의 장수 비결은 뭘까.
타고난 체력으로 경기 후 회복 속도가 빠르고 요즘도 1주일에 4차례 웨이트 트레이닝을 빼놓지 않을 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몸에 나쁘다는 인스턴트 음식과 탄산음료, 커피 등은 10년 넘게 근처에도 간 적이 없다.
주위의 배려도 큰 힘이다.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부족한 부분은 친정과 시댁의 어르신들이 채워 줬다. 이번 시즌 여자농구에 데뷔한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성적 부담에 따른 무리한 기용 대신 전주원의 출전시간을 조절해 주며 컨디션을 유지시켰다.
그럼 언제까지 뛸까.
“주위에서 너 때문에 후배들이 안 큰다고 하세요. 근데 제가 없다고 후배들이 클까요? 그렇다고 보기 싫을 때까지 계속 운동하지는 않겠어요.”
현역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전주원은 자신이 마흔 줄에 접어들고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3년 뒤를 은퇴 시점으로 꼽았다.
“일단 이번에 통합 우승부터 하고 봐야죠. 고민은 나중에 할래요.”
전주원은 여전히 코트에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