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과학자들이 차세대 만능 전자 소재(素材)로 주목받고 있는 물질의 성질을 최초로 알아냈다.
성균관대 박제근 물리학과 교수와 이성수 박사 연구팀은 13일 “신개념 소재인 육방체 구조의 망간산화물이 다른 물질과 달리 전기와 자기 신호에 모두 반응하는 이유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로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갖는 신개념 전자 소재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연구 결과는 14일 발행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소개됐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나 하드디스크 같은 저장 매체들은 전기적 또는 자기적 성질을 이용해 정보를 읽고 쓴다.
그러나 D램이나 F램 같은 메모리는 전기적 신호로만 읽고 쓸 수 있고, 하드디스크나 M램이라는 자기 메모리는 자기적 신호로만 읽고 쓸 수 있다. 자연계에 전기 신호와 자기 신호에 모두 반응하는 물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박 교수팀은 육방체 망간산화물이 다른 물질들과 달리 전기와 자기 신호에 모두 반응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그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물질이 ‘스핀 격자 결합’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박 교수는 “이런 결합 구조를 조작하면 물질의 성질을 임의로 바꿀 수 있어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갖는 신소재 개발이 가능해진다”며 “이번에 규명된 원리가 다른 물질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