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와 국내 기업 컨소시엄이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 유전 탐사권을 따낼 가능성이 커졌다. 매장량(10억∼20억 배럴 추정)이 우리나라 연간 소비량(8억 배럴)의 두 배 이상이다.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이고, 쿠르드 자치구와의 계약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라크 중앙 정부를 설득하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며칠 전에는 석유공사 컨소시엄이 미국 테일러 에너지사(社)가 보유한 멕시코만 유전(6100만 배럴)과 영국 털로사가 보유한 콩고 유전(2900만 배럴)의 일부를 사들였다. 현재 석유가 나오고 있는 ‘생산 유전’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한다.
세계 3위의 석유부존국인 이라크에서 상업적 가치가 있는 유전 78곳 중 석유가 생산되고 있는 곳은 27곳에 그쳐 추가 개발의 여지가 많다. 석유가 집중 매장돼 있는 남부는 선진국 메이저회사들이 각축을 벌인다. 북부 쿠르드 자치구는 전체 확인 매장량의 3%에 불과하지만 에너지개발 후발국인 우리로선 도전해 볼 만하다. 자이툰부대 파병으로 관계가 돈독해진 것이 가장 큰 힘이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자이툰부대를 신뢰해 한국을 모든 자치구 사업의 최우선 파트너로 배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 장병들이 3년간 지어 준 학교가 60개에 이른다. MOU 체결을 위해 방한한 쿠르드 자치정부 네치르반 바르자니 총리는 어제 “자이툰부대는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 됐다. 쿠르드를 이라크 진출의 발판으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이번의 ‘쿠르드 프로젝트’는 유전 탐사뿐 아니라 고속도로 건설(2조 원 규모)을 포함한 사회기반시설(SOC) 사업만도 10조 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초대형이다. 이 같은 해외 진출에는 돈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상대 측의 상황이 어려울 때 파병도 마다않고 도와주는 자세와 노력이 긴요하다.
우리나라가 쿠르드 유전 탐사권을 확보해 양측 윈윈(win-win)의 상징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