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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61년 美피겨대표단 ‘브뤼셀 참사’

입력 | 2008-02-15 02:59:00


“그들은 모두 미국 피겨스케이팅의 대표 주자였다. 냉전(冷戰)이 한창이던 시절 ‘철의 장막’ 뒤에 가려진 유럽에서도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

2000년 12월 29일 미국의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는 유럽에서 발생한 한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해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산산이 부서진 꿈’이었다.

기사의 시점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1년 2월 15일 벨기에 브뤼셀 공항 인근의 한 농장.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가르던 미국 뉴욕발 보잉 707기 한 대가 갑자기 출렁거리더니 굉음을 내면서 추락했다. 하늘로 거대한 화염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탑승자 72명은 전원 숨졌다. 비행기에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세계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던 미국 대표팀 선수 18명도 타고 있었다. 프라하로 가기 위한 기착지였던 브뤼셀에서 참변을 당한 것.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즉각 애도의 뜻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성 싱글 선수였던 로런스 오언의 죽음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그녀의 사진은 숨지기 이틀 전 나온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당시 나이는 불과 16세였지만 당당한 ‘은반(銀盤)의 여왕’이었다.

이 사고가 낯설지 않은 것은 이달 11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맨체스터시티의 축구 경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는 ‘독일 뮌헨 참사’ 50주년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뮌헨 참사는 1958년 2월 6일 뮌헨 공항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맨유 선수 8명이 숨진 사건이다. 선수들은 관중과 함께 묵념을 한 뒤 경기를 시작했다.

뮌헨 참사 이후 맨유가 세계 축구의 최고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 오늘에 이르는 것처럼 미국 피겨스케이팅연합도 ‘브뤼셀 참사’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희망의 싹을 심었다.

피겨스케이팅연합은 추락사고가 난 지 8일 뒤 18명의 선수를 기리기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 피겨스케이팅의 유망주를 길러내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