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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선거區 조정

입력 | 2008-02-15 02:59:00


1812년 미국 공화당 소속의 E 게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법을 개정해 주 상원의원 선거구를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조정했다. 그 결과 공화당은 야당에 총득표수에서 지고도 당선자는 2배 이상 많이 냈다. 이를 두고 한 지역 신문은 새 선거구 모양이 도마뱀(샐러맨더·salamander)처럼 생긴 것에 착안해 주지사의 성(姓)을 앞에 붙여 ‘게리맨더’라고 비꼬았다. 선거구를 어느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획정하는 것을 일컫는 게리맨더링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18대 총선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현재의 243개에서 2개 또는 4개 늘리는 안을 확정했다. ‘선거구 인구 상한과 하한의 비율을 3 대 1 (이내)로 해야 한다’는 2001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맞추기 위한 조정이다. 정치관계특별위원회가 이를 그대로 수용하고 비례대표 수(56명)를 줄이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수는 지금의 299명보다 많은 301명 또는 30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회의원들이야 금배지가 많아지면 좋겠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의원 수를 줄이는 쪽으로 선거구를 대폭 조정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인구 30만 명인 지역과 10만 명인 지역이 다 같이 의원 1명을 뽑는 방식도 헌법의 평등선거 원칙에 어긋난다. 선거구 인구 상하한의 격차를 최대한 좁히는 것이 물론 가장 이상적이다. 이 때문에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지방도시와 농촌지역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 때마다 지역구가 줄어들까봐 가슴이 탄다. 이 경우 농촌은 여러 선거구를 하나로 합쳐야 하니 지역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국회의원 선출 방식이 다양하지 못한 편이다. 반면 선거구 조정은 10년 주기로 하는 미국 일본과 달리 4년에 한 번씩 총선 때마다 하니 번거롭다. 게리맨더링 방지를 위해 시도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 행정구역 지세 교통 등을 고려해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에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국회의원 수를 300명 이상으로 늘릴 이유는 안 된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