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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교육혁명중]홍콩 ‘열차형 학교’

입력 | 2008-02-15 02:59:00

홀름글래드 초등학교 5학년생들이 ‘열차형 학교’ 파트너십을 맺은 중고교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바람의 세기를 재는 실험을 하고 있다. 홍콩=우정열 기자

홀름글래드 초등학교와 중고교 교사들이 합동 워크숍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열차형 학교’ 파트너십을 맺은 이들 학교의 교사들은 과목별로 두 달에 한 번씩 합동 워크숍을 갖고 커리큘럼, 보조교재 개발, 학생지도 방안 등을 논의한다. 홍콩=우정열 기자


《“형, 눈금에 나온 대로 3이라고 쓰면 되나요?” “단위를 함께 기록해야지. 1초에 3m의 세기로 바람이 분다는 뜻이니까 3m/s라고 써야겠지?” 홍콩 카오룽 반도 동부 콴퉁 지역에 있는 홀름글래드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이 학교 5학년 과학반 학생들은 풍속을 측정하는 실험에 열중해 있었다. 실험에 몰두한 학생들 사이로 실험을 돕는 청소년들이 눈에 띈다. 5학년 수업이지만 중고교 학생들이 초등학생들과 함께 실험을 하고 있었다. 초중고교 교육과정을 일관성 있게 연계한 ‘열차형 학교(through train school)’ 협약을 맺은 이웃 중고교의 학생들이 초등학생들의 수업을 도와주고 있는 것. 형뻘 되는 선배에게 ‘눈높이’ 설명을 들은 빈센트 헝(11) 군은 “이제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수학은 2003년에 이어 공동 1위, 과학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수한 교육성과를 자랑하는 홍콩에서는 최근 열차형 학교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열차형 학교는 2000년 홍콩 교육위원회가 제안한 것으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이 같은 열차 내에서 이웃해 있는 객실처럼 단절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열차형 학교=콴퉁 지역은 크고 작은 제조업체가 밀집돼 있어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의 배후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과 함께 업체들이 본토로 대거 이전하는 바람에 이 지역은 대표적인 낙후지로 전락했다. 업체들이 떠나자 주민들도 일자리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학생 유출로 고민하던 홍콩 정부는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의 연계성을 강화한 열차형 학교를 해답으로 제시하면서 낙후지역의 교육환경 개선에 나섰다.

홀름글래드 초등학교와 중고교는 같은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학교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을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파트너십을 맺게 됐다.

이들 학교를 포함해 열차형 학교는 2월 현재 총 26쌍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