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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여론광장/남동공단에도 ‘경제 걸림돌 전봇대’많다

입력 | 2008-02-15 07:07:00


지난해 3월에 개봉한 국내 영화 중 ‘이장과 군수’라는 영화가 있다.

시골 마을에서 함께 자란 친구 2명이 이장과 군수로 만나 벌어지게 되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영화다.

선거에서 당선된 군수는 낙후된 고향 마을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한다.

신임 군수의 말 한마디에 비만 오면 흙탕길이던 시골길이 포장길로 바뀐다.

영화 전체의 내용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권력자의 결단에 따라 많은 부분이 쉽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올해 이 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5년째 뽑히지 않던 ‘전봇대’가 뽑혔다. 온갖 민원을 제기해도 5년간이나 꿈쩍도 않던 전봇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말 한마디로 지적받은 지 이틀 만에, 작업개시 5시간 만에 자취를 감췄다는 게 초점이다.

대표적인 탁상공론에 복지부동, 책임 떠넘기기 식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전봇대뿐만이 아니다.

조성 면적 957만 m²(약 290만 평), 3700여 개 업체, 고용인구 6만4000여 명의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중소기업 전용 산업단지이자 인천지역 노동자의 3분의 1을 고용하고 있는 인천 남동산업단지.

이곳의 사업주나 근로자들은 요즘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지가와 그에 맞물려 상승한 생산원가, 형편없는 복지시설 등은 지역경제 활성화와는 정반대로 가는 주요인이 됐다. 그뿐인가 입주 때부터 제기된 극심한 교통 문제와 주차 문제는 아직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출근 때 차를 세울 공간을 찾기 위해 자신의 공장 주변을 몇 번씩 도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 이 당선인이 남동공단을 한번 방문한다면 조성된 지 10여 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을 대불공단의 전봇대와 같이 일시에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이러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전봇대를 뽑아 내려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새 정부도 중소기업인과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치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ljy@inch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