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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오바마의 한반도觀

입력 | 2008-02-16 02:57:00


배럭 오바머인가, 버락 오바마인가. 미국 민주당의 흑인 상원의원이 작년 2월 10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뒤 한국 언론은 한동안 그의 이름 표기를 놓고 오락가락했다. 각양각색이던 표기는 3월 7일 정부와 언론의 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버락 오바마’로 통일됐다. ‘버락’은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은’이라는 뜻이다. 올해 47세의 흑인 후보가 대의원 수에서 백인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앞서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으로선 이름도 낯설지만 오바마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궁금하다. 그는 지난주 미 상원 전체회의에 보낸 서면 발언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한미관계, 북핵 문제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한미 동맹을 혈맹관계라고 표현하면서 “이 당선인의 취임은 한미 양국 관계를 재확인하고 다시 활성화해 새 시대 개막을 향한 신선한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한 대목에 눈길이 간다. 지난 수년간 한미관계가 표류해 왔다는 언급도 양국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오바마는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자동차 쌀 쇠고기 노동 및 환경기준을 거론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해선 ‘북한을 다루면서 내부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우리도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민주당 경선 선두주자의 정책을 찬찬히 따져 봐야 한다. 한미 FTA와 북핵에 관한 오바마의 인식은 당내 경쟁자인 힐러리와 비슷하다. 민주당 후보의 승리는 한반도 정책의 큰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변화’는 오바마 돌풍의 원동력이다.

▷오바마는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이다. 그는 어렸을 때 5년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살았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관심이 크다. 한반도 문제가 선거전의 큰 이슈가 되지 않아 언급할 기회가 적을 뿐이다. “북한에 대해 환상은 없다”고 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 또한 미 대선에 환상을 가져선 안 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선 이후 나타날 미국의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미룰 수 없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