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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

입력 | 2008-02-16 02:57:00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왼쪽)에 ‘참다래 아저씨’로 소개된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 내정자. 1984년 키위 농사를 시작한 그는 국산 키위에 ‘참다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잘 썩지 않는 ‘바이오 세척 고구마’를 개발해 막대한 수익을 올려 ‘벤처 농업계의 이건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차+2차+3차 산업 포괄

농업, 6차산업으로 가야

“개방은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봐야죠. 거기에 대응할 역량이 없다 보니 자꾸 두려워하고, 반대하게 되는 겁니다.”

농수산식품부 장관에 내정된 정운천(54·사진)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그는 “민감한 부분이고, 제가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질문을 거듭하자 피하지 않고 당당히 소신을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서도 웃으며 “노코멘트”라고 할 뿐 반대론을 펴지는 않았다.

정 회장은 성공한 농업경영인이다. 1981년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키위 농사를 시작했다.

“정식으로 취임한 것도 아닌데 부담스럽다”며 극구 사양하는 그를 14, 15일 이틀간 세 차례에 걸쳐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들판에 살던 사람이 울타리 안에 들어가게 됐다. 처신이 쉽지 않다”며 처음 맡는 공직에 대한 긴장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의 인연은….

“지난해 11월 이 당선인이 농업 문제에 대해 조언해 달라며 농업인 몇 명을 선거캠프에 불렀을 때 처음 만났다. 내 철학이 그분 생각에 금방 와 닿았던 모양이다.”

―어떤 이야기에 공감했을까.

“농업이 1차산업에 그치지 않고 2, 3차산업인 가공 유통을 포괄해 1+2+3=6차 산업으로 가야 한다. 나아가 문화, 환경, 관광,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이 결합된 입체적 산업이 돼야 한다. 식품산업을 반드시 농림부가 맡아 25조∼30조 원의 산업을 140조 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팜 투 테이블’의 일괄 시스템으로 가야만 5000만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고 농업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 당선자가 공감한 듯하다.”

―개방이 대세라면 대책은 무엇인가.

“규모 확대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차별화로 가야 한다. (마케팅 전문가인) 나 같은 사람을 (정부로) 불러들인 건 그 때문일 거다.”

―벼농사, 수산업 분야는 잘 모르지 않는가. 리더십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를 쓰면 된다. 최고경영자(CEO)는 목숨 걸고 하는 것인데 관료나 정치인보다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질 좋은 우리 쌀이 좋은 값에 거래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내가 유통을 좀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나을 것이다.”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이순신 장군과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이다. 내가 전북 고창의 인촌 생가에서 태어나 22년간 살았다. 두 집안이 친해 인촌 일가가 이곳을 떠나면서 집을 우리 가족에게 맡겼다. 그 때문에 인촌의 공선사후(公先私後)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1990년경 농산물시장 개방 이후에는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의 지혜와 불굴의 정신을 배우려고 노력해 왔고 ‘거북선 농업’이라는 책까지 쓰게 됐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