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 IB 등 사업다각화 ‘발등의 불’
‘덩치는 커졌는데 체력은 떨어졌다.’
15일 하나은행을 마지막으로 주요 은행들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나온 평가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 기업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분석해 보면 국민, 우리, 신한 등 일부 은행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전체 은행 수익은 1조 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순이익이 증가한 것도 LG카드, SK네트웍스 주식 매각 등 일시적으로 특별이익이 증가한 것이어서 ‘은행의 경쟁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하기 어렵다.
은행들 내부적으로도 ‘전통적인 은행 영업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새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은행의 성장이 확연히 둔화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 지난해 자산-당기순이익 늘었지만
지난해 말 현재 은행들의 총자산은 국민 232조 원, 우리 219조 원, 신한은행 208조 원으로 2006년 말보다 20조∼30조 원이 늘었다. 이들 세 은행은 당기순이익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순이익이 줄어드는 추세가 뚜렷하다.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1∼3월) 8278억 원에서 2분기(4∼6월) 7100억 원, 3분기(7∼9월) 3161억 원, 4분기(10∼12월) 1974억 원으로 줄었다. 이런 추세는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은행은 LG카드 매각 이익 등으로 1분기에 벌어들인 수익이 지난해 전체 수익의 절반에 육박했다. 반면 돈이 증시로 몰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4분기에 올린 순이익은 전체 수익의 약 10분의 1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15조170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4439억 원 늘었지만 LG카드 주식 매각 이익 등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오히려 4000억 원가량 감소했다.
○ 대출 경쟁에 순이자마진 줄어
더 큰 문제는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증시로 이동하고 은행들끼리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예대 금리차에서 발생하는 NIM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3.45%) 우리(2.45%) 신한(2.26%) 하나은행(2.31%) 등이었다. 2006년 말과 비교했을 때 0.09∼0.28%포인트 떨어졌다. NIM 하락은 조달 금리가 높아진 반면 대출 금리는 덜 올랐음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의 본질적인 수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구조적이익률도 3년 연속 하락세다. 구조적이익률은 은행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지속 가능하고 경상적인 이익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자이익에 수수료이익, 신탁이익을 더한 후 판매관리비를 뺀 금액을 총자산으로 나눠서 구한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예대 마진형 영업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계에 접어들었다”며 “프라이빗뱅킹(PB), 투자은행(IB), 신용카드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