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시 왕정체제에서 세금 징수를 했다는 이유로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던 라부아지에를 가리켜 수학자 라그랑주는 “그의 머리를 베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와 같은 머리가 다시 태어나려면 10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말로 안타까워했다.
젊은 아내가 연구에 도움을 준 이야기, 셸레, 프리스틀리와 더불어 누가 산소를 발견했는지 추적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한국 학생들이 그 이름을 처음 접하는 것은 중학교 과학책에 나오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배울 때다.
1774년 라부아지에가 발견한 이 법칙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경우 반응 전에 존재하는 물질의 질량의 합과 반응 후에 생성된 물질의 질량의 합이 같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법칙은 사실이 아니다. 18세기 과학자들의 수준으로는 미세한 양의 질량 변화를 측정할 수 없었기에 진리처럼 보였을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화학반응 전후에 흡열 또는 발열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아주 미세하나마 질량의 변화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핵융합반응처럼 화학반응 전후 질량의 차이가 큰 경우에는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이 발생하므로 이를 이용하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원자폭탄 개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뉴턴은 만유인력 미적분 광학 등에서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중고교에서 뉴턴의 업적을 배울 때면 머리가 지끈지끈하던 학생들도 그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것은 엉터리이며, 미적분법을 라이프니츠와 뉴턴 중에서 누가 먼저 발견했는가에 대한 논쟁 이야기를 접하면 흥미를 느낄 것이다.
그런데 뉴턴이 남긴 수많은 업적 중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역학에 대한 업적은 진리가 아니다. 그는 연필의 길이는 책상 위에 얹어두었을 때나 집어던져서 공중을 날아갈 때나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고정되어 있는 연필의 길이는 날아가는 연필의 길이보다 길다. 길이만 변하는 게 아니라 질량과 시간에도 변화가 생겨서 속도가 빨라질수록 길이는 짧아지고 질량은 커지며, 시간은 팽창된다. 일반인은 이 미세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며, 무한대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면 시간여행도 가능해진다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이론이다.
사람들은 화학반응 시 일어나는 질량의 변화, 물체가 고정되어 있을 때와 움직일 때 일어나는 길이의 변화를 느낄 수 없지만 수많은 현상이 인간의 지각영역 바깥에 존재하고 있다. 과학을 정의할 때 흔히 사용하는 ‘보편타당’이란 용어도 사실은 때와 장소를 막론하고 보편타당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상황에 비추어 보편타당한 것일 뿐이다.
현대의 과학 수준에서 볼 때 감히 엉터리라고도 할 수 있는 라부아지에의 ‘질량 보존의 법칙’이나 뉴턴의 역학은 비록 아주 미세한 차이를 감안하지 못한 내용이긴 하지만 당시에는 분명 ‘아주 훌륭한 과학적 업적’이었다. 오늘날의 평가 역시 쓸모없는 과학이 아니라 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고 심오한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필수불가결의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지각 내에 있는 것만이 과학은 아니며, 현재 우리가 ‘과학적 진리’라고 믿는 것이 진짜 진리라고 믿어선 안 된다. 사람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과학은 얼마든지 있으며,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에 의한 문명사회 건설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예병일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생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