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두 달간의 숨 가쁜 행보는 ‘친기업, 글로벌 행보’로 정리된다. 반면 현장, 지방 방문은 최대한 자제했다.
▽해외 인사 공식 면담만 18차례=이 당선인이 대선 후 두 달 동안 해외 인사와 공식적으로 면담을 가진 것은 총 18차례.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당선자 시절 10여 차례 해외 인사와 면담했다.
이 당선인의 면담 중 미국 측 인사들과의 면담이 6차례로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중동권 인사들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아 이 당선인의 한미동맹, 자원외교, 경제외교 기조를 뚜렷이 보여줬다. 미국을 제외한 4강 국가 가운데서는 일본 3번, 중국 2번, 러시아 1번 순이다.
북핵 2차 위기 때인 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에는 주로 미국 일본 인사들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이 많았다.
이 당선인은 대선 바로 다음 날 이틀에 걸쳐 ‘미-일-중-러’ 순으로 주한 대사와 만나 의전을 통한 ‘4강 중심 외교’를 선보였다. 노 대통령 당선자 시절보다 사흘 앞서 4강 대사 면담을 해치웠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이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던 중동계 인사들과 세 차례나 면담을 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이라크 정부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만나 유전을 확보하는 등 자원외교의 결실을 이루는 성과도 나왔다.
▽기업 관련 인사 12번 만나고 노동계 1번 만나=“‘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를 만들겠다”(2007년 12월 29일 재계 총수와의 간담회)로 시작한 이 당선인의 친기업 행보는 당선인 시절 내내 이어졌다.
그는 두 달 동안 기업 관련 일정을 12번 소화했다.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3일에 한 번꼴로 기업 관련 인사를 만난 셈이다.
이 당선인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를 모두 방문했으며 신성장동력 창출 전문가와 관광산업인, 경제연구소장과의 간담회를 열어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주한외국인투자기업인,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단, 팔미사노 IBM 회장 등 해외 기업인들과도 만나 해외 투자 유치 방안을 논의했다.
반면 노동계와의 만남은 지난달 23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것이 전부다. 지난달 29일 민주노총과의 간담회가 예정됐지만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출두 여부가 정리되지 않아 무산됐다.
▽현장·지방 방문 자제=현장 방문은 당면 현안이었던 충남 태안군 유류 오염 사고 현장과 숭례문(남대문) 방화 현장을 제외하고는 군부대, GM 대우 산업현장, 관악구 봉천11동 원당재래시장 등 3차례에 불과했다.
지방 방문도 행정자치부가 제안한 ‘지방인사 대규모 간담회’ 형식을 거부하고 소규모 단위 면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가 이마저 취소했다. 그 대신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와 일부 지자체장을 면담했다.
한 당선인 측 관계자는 “전시행정보다는 내실 있는 국정 운영이 중요하다는 게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이 네 번에 그치는 것도 매일 인수위 회의를 주재했던 노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이다.
시민단체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점과 재향군인회, 한미연합군사령부, 국방부 방문 등 안보 행보에 힘쓴 것도 예전 대통령 당선인들과 다른 모습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