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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워지고 있다.
노숙인들은 "그러지 않아도 춥고 배고픈데 마치 숭례문이 저렇게 된 게 우리 탓인 양 사회적 냉대까지 더해져 억울하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숙인을 비난하던 시민이 노숙인에게 폭행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19일 옛 서울역사 주변에서 만난 노숙인 박 모(50)씨는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 단속이 심해져 괴롭다"고 말했다.
박 씨에 따르면 10일 화재 사건 이후 수시로 단속반원이 몰려와 "공범을 찾는다"며 잠자던 노숙인을 밖으로 몰아내 추궁하는 일이 일상화 됐다는 것.
또 다른 노숙인 권모(55)씨는 "14일 자정 경에도 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잠을 자다가 밖으로 끌려 나와 죄인 취급을 받으며 10일 행적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다"며 "노숙자라고 함부로 대하는 단속반원들의 태도 때문에 기분이 나빴지만 딱히 하소연할 곳도 없어 더욱 억울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15일에는 노숙인이 시민을 폭행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경 숭례문 화재현장 부근에서 방송사 기자와 대화를 나누던 시민 우 모(52)씨를 폭행한 혐의로 노숙인 강모(41)씨를 16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우 씨가 기자에게 "노숙자들이 숭례문에 올라가 술을 마실 정도로 관리가 부실했다"고 말하자 이를 옆에서 들은 강씨가 "노숙인을 무시한다"며 우씨의 얼굴을 때렸다는 것이다.
구 서울역사를 관리하는 코레일(옛 철도공사) 관계자는 "당국이 노숙자 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밀려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관할 구역의 '골칫덩이'였던 노숙자들을 정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밝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범인은 따로 있는데 노숙인들이 죄를 뒤집어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숙인 인권단체 관계자는 "노숙인들은 힘도 없고 마음도 약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라며 "쫓기듯이 자포자기적 삶을 사는 이들은 담력이 약해 숭례문에 올라가 불을 피우거나 라면을 끓이는 등의 행동은 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범인이 밝혀진 만큼 노숙인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것 같은 지금의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신광영 기자 sky@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