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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聰者聽於無聲, 明者見於未形

입력 | 2008-02-20 03:03:00


영리하고 재주가 있음을 의미하는 聰明(총명)은 귀가 밝다는 聰(총)과 눈이 밝다는 明(명)에서 나왔다. 우리 풍습에 음력 정월 보름날 아침에 귀가 밝아지라고 마시는 깜찍한 우리말 귀밝이술의 한자어는 聰耳酒(총이주)이다. 聽(청)은 듣는다는 뜻에서 살피다 또는 살펴 처리한다는 뜻이 나왔다. 垂簾聽政(수렴청정)은 발을 드리워놓고 그 뒤에서 정사를 듣고 처리함을, 聽訟(청송)은 송사를 듣고 처리함을 가리킨다. 見(견)은 본다는 뜻에서 헤아리거나 안다는 뜻이 나왔다. 다만 나타나거나 드러나다 또는 나타내거나 드러낸다는 뜻이면 ‘현’으로 읽는다. 謁見(알현)의 경우처럼 윗사람을 뵙는다는 뜻일 때도 ‘현’으로 읽는다. 於(어)는 흔히 때나 장소를 표시하는 데에 쓴다. 未形(미형)은 아직 형체화하지 않았음을 뜻하며, 無聲(무성)과 더불어 문제가 발생하기 전을 의미한다.

옛 한문에는 유난히 對句(대구)가 많다. 만물이 음과 양의 짝에 의해 생성되고 존재한다는 의식 아래에서 짝을 이루는 표현을 좋아하였기 때문이다. 앞의 聰者(총자)와 뒤의 明者(명자), 聽(청)과 見(견), 그리고 無聲(무성)과 未形(미형)을 굳이 각각 떼어놓아 구별하지 않고 묶어서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뒤로 나누어 대구로 표현함으로써 시각적 청각적인 미감과 더불어 중복에 의한 강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보 崇禮門(숭례문) 화재는 참담한 결과를 보기 전에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심각하게 경고한다. 사전에 알아 방비하는 공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귀와 눈을 열고 있는 총명한 이가 이루는 공로이다. 결코 새로운 것의 창조에 못지않은 높은 평가가 주어지는 사회가 선진사회이다. ‘史記(사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