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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이제 이웃들도 눈떴습니다

입력 | 2008-02-20 03:03:00

차인표-신애라 씨 부부처럼 유명인만 입양하는 것이 아니다. 입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이들은 “입양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해연-이덕희 씨 부부와 아들 성모 군, 신현준-박인자 씨 부부와 딸 혜윤 양, 차인표 씨 부부, 이승민 씨와 딸 미소 양, 이순천-이윤정 씨 부부와 딸 영현 영인 양, 이수연 씨와 아들 승인 만수 군, 박희동-반미경 씨 부부와 딸 수빈 양(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변영욱 기자


■ 가슴으로 낳아 키우는 사람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를 혼내고 나니 마음이 안 좋아요. 이럴 땐 어쩌죠.”

“집 난방을 너무 세게 하면 아이들 건강에 안 좋으니 옷을 더 입히세요.”

15일 저녁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한 감자탕 집에서 아줌마 아저씨 15명이 둘러앉아 자녀 이야기가 한창이다. 이들이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 아이들은 식당 한쪽의 놀이터에서 어울려 노느라 정신없다. 사업가 신현준(41·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씨는 딸 혜윤이(4)를 바라보며 “내 인생을 달라지게 한 아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아빠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국내 입양>해외 입양… 중산층서 늘어

혜윤이는 신 씨에게 가슴으로 낳은 아이다. 그와 아내 박인자(41) 씨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4년 전 혜윤이를 공개 입양했다. 공개 입양은 입양 사실을 입양아와 주변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다. 이들은 서북부 지역 공개입양가족 커뮤니티 회원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양육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서로를 격려한다.

차인표-신애라, 브래드 피트-앤젤리나 졸리 커플 등 유명 연예인의 공개 입양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입양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국내 입양아는 1050명으로, 해외 입양아 751명보다도 많을 정도다.

입양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아직도 핏줄이 아닌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엄청난 사랑이 필요한 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입양 사실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순천(39·교사·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씨는 “입양하는 사람은 어딘가 다를 것이라는 시각이 싫다”면서 “단지 좋아서, 아이를 사랑하기에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씨와 아내 이윤정(39) 씨는 초등학교 6학년 친아들이 있지만 2003년과 2007년 영현이(6·여)와 영인이(2·여)를 입양했다.

이들처럼 친자가 있어도 아이를 원해 입양하는 경우는 전체 입양가족의 30%에 이른다.

홀트아동복지회 사회복지사 명은주 씨는 “입양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전문직 종사자나 부유층보다는 평범한 중산층이 많다”며 “입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오만수(9) 군을 입양한 이수연(45·여) 씨는 “입양 전에는 남을 의식해서 아이를 때리지도 못할 것 같았지만 키우다 보니 그냥 내 자식처럼 혼내기도 잘한다”며 “내가 낳지 않았다는 생각은 나중에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친아들 승인이(10)도 있다.

○ “키우다 보면 안 낳았다는 느낌 없어져요”

18일 저녁 서울 종로경찰서에 근무하는 서원석(48·서울 은평구 녹번동) 씨가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서자 아들 제원이(9)가 달려와 아빠 목을 와락 끌어안는다. 이들 역시 공개 입양으로 이뤄진 부자다.

서 씨와 아내 김순희(48) 씨는 두 아들을 뒀지만 2003년 셋째 아들을 맞이했다. 서 씨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중 뇌성마비 증세로 장애인 시설에 있던 제원이를 알게 된 후 입양을 결정했다. 서 씨처럼 봉사활동을 하다가 입양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 씨는 아내와 아들들에게 입양 동의를 구했다. 입양을 추진하려면 우선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후 입양기관을 찾아 입양신청을 했다. 입양기관은 가정 방문을 통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인지를 확인했다.

전국의 입양기관은 홀트아동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한국사회봉사회, 성가정입양원 등 24개에 이른다. 대부분의 입양기관은 지역별로 입양가족 모임을 10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

입양아는 주로 갓난아이 때 입양되며 입양기간은 신청 후 남자아이 4개월, 여자아이는 1년 정도 걸린다. 입양은 여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입양기관은 입양아 친부모의 동의, 신체검사 등을 거친 후 입양 신청자들이 원하는 아이와 맺어준다.

서 씨는 “어머니가 경제적 이유로 반대했고 나 자신도 ‘과연 잘 키울 수 있을까’ 하고 고민도 했다”면서 “부유하지 못해도 부모로서 가정의 사랑을 느끼게 해 줄 자신이 있어서 입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입양 자격결혼 여부입양 자격구비서류기혼자△25세 이상 △아동과 연령차가 60세 미만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가정 △아동을 양육하는 데 필요한 경제력 필요(입양기관 판단)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등록부,건강진단서독신자△35세 이상 △아동과 연령차가 50세 미만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 △아동을 양육하는 데 필요한 경제력 필요(입양기관 판단)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등록부,건강진단서, 입양적격추천서, 자녀양육계획서, 소득수준 관련 증명서자료:각 입양기관

주요 입양 관련 기관홀트아동복지회 www.holt.or.kr국내 처음으로 입양 알선 시작. 입양 알선 전문기관. 국내외 입양 가능. 지역모임 13개 운영대한사회복지회 www.sws.or.kr입양 알선 전문기관. 국내외 입양 가능동방사회복지회 www.eastern.or.kr한국사회봉사회 www.kssinc.org성가정입양원 www.holyfcac.or.kr가톨릭 관련 단체. 국내 입양 위주한국입양홍보회 www.mpak.org입양 부모들의 모임. 입양 홍보교육 담당

■ 입양 Q&A

TV 드라마를 보면 입양 사실을 모르던 주인공이 성장한 뒤 이를 알게 되면서 괴로워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입양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입양은 고민거리’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 입양기관 상담가들이 많이 접하는 질문과 오해에 대해 알아봤다.

○ 입양아를 잘 키울 수 있을까요

입양을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입양아를 내 자식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부담을 버리고 수저 하나 더 놓는 심정으로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양 준비기간을 출산기간으로 생각하고, 입양 교육을 받으며 입양가족 모임을 찾아 입양에 대한 정보를 얻도록 한다.

○ 아이에게 어떻게 입양 사실을 설명해야 하나요

공개 입양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입양 사실을 밝히고 이에 익숙해지도록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유아기(4∼6세)에 ‘입양에 대해 말하기’를 준비한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입양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기(6∼13세)에는 친부모와 입양부모의 차이를 반복적으로 말해 준다. 조민혜 한국입양홍보회 사무국장은 “아이들은 궁금증 차원에서 물어보는 것이니까 솔직하게 답해 주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나중에 친부모가 아이를 데려가지 않을까요

공개 입양은 친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이뤄진다. 따라서 입양에 대한 정보가 철저히 비밀로 지켜지고 입양이 보호된다. 입양취소 청구의 소의기한은 입양된 날로부터 6개월이다. 차후에 친부모가 찾아올 수 있는 귀아(버려진 아이), 미아(잃어버린 아이)는 입양 대상은 아니다. 공식적인 입양기관을 거칠 경우 문제가 없다.

○ 입양에 돈이 많이 드나요, 경제력이 중요한가요

입양 수수료는 없다. 입양기관은 입양 희망자 환경이 아이를 키울 만한지 확인하지만 꼭 집이 있어야 하거나 부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의지와 일정한 수입만 있으면 된다. 13세 미만의 국내입양 아동에 한해 정부가 매월 양육지원금 10만 원을 지급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