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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이젠 태극마크도 ‘당근’이 필요해

입력 | 2008-02-20 03:03:00


질문 한 가지. 20년 전인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선수 선서는 누가 했을까.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바로 허재(43) KCC 감독이었다. 허 감독은 당시 여자 핸드볼 손미나와 ‘페어플레이’를 다짐하는 선서를 했다.

그랬던 허 감독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음주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다. 후배 선수의 생일을 챙겨 주려고 테러 경계령 속에서도 선수촌을 이탈해 술집을 찾아 징계를 받았다.

올림픽에서 영욕을 맛본 그는 1999년 30대 중반에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지만 아시아 예선 탈락으로 출전도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인지 8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허 감독은 다시 한번 남다른 감회에 빠져든다. 남자 대표팀은 7월 올림픽 최종예선을 남겨두고 있으며 여자 팀은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요즘 남녀농구 대표팀이 감독 선임과 선수 구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사실 최근 몇 년간 프로농구 스타와 구단에는 대표로 뽑히는 것을 꺼리는 풍토가 만연하다. 대표에 뽑히면 치료나 재활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자신의 연봉이나 팀 성적과 직결되는 시즌 준비에 손해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또 국제대회 성적이 나쁠 경우 여론의 비난만 받기 일쑤여서다. 실제로 김승현은 허리디스크 악화의 원인으로 2002년부터 해마다 되풀이된 대표 차출을 꼽는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허 감독은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은 시대가 흘러도 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몸이 재산인 프로의 입장도 이젠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작정 애국심만 강조할 게 아니라 원칙에 따른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친 뒤 프로 수준에 걸맞은 훈련 환경 제공, 과감한 인센티브 같은 ‘당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불협화음을 빚는 대한농구협회, 한국농구연맹, 한국여자농구연맹 등 유관 단체가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