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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국가’에서 배운다]싱가포르 아일랜드 덴마크

입력 | 2008-02-20 03:03:00


“고성장 결실 국민에 환원”1인 13만~27만원 배당금

《#1 7년 만에 다시 찾은 싱가포르. 만나는 이마다 “정부가 ‘훙바오(紅包·세뱃돈)’를 나눠줬다”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싱가포르 정부는 15일 “예상 밖의 고(高)성장으로 재정흑자가 쌓여 ‘국내총생산(GDP) 배당금’으로 성인 1명당 13만∼27만 원씩 나눠주고, 소득세의 20%를 돌려준다”며 새해 예산안을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7.7% 성장했다. 실업률은 최근 10년간 최저치인 1.7%. 독립(1965년) 이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2001년 당시의 침울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2 5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 도클랜드 지역. 버려진 부둣가 창고 옆으로 현대식 대형 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1980년대 후반 부두 노동자가 모여 살던 이곳은 10명 중 7명이 실업자였다. ‘아일랜드 병’의 진원지였다. 지금은 JP모건 씨티은행 등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 360곳이 입주한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와 로펌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금융허브 선언 20년 만에 현실화시킨 것. 제자리걸음인 한국과는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히는 싱가포르 아일랜드 덴마크 3국을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았다. 이들은 한국처럼 성장률 침체라는 위기를 겪었지만 한결같이 경제우등생으로 부활한 나라들이다.

부활의 비결을 알아봤지만 이들의 정책 프로그램은 한국과 비슷했다. 정부 혁신, 규제 혁파, 외국 자본에 대한 개방, 인적자원 고도화, 지식국가로의 전환 등 정책 방향은 다를 게 없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최정규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전략본부장은 한국과의 차이점에 대해 “이들은 국가 지도층이 ‘기업형 국가’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확립해 이를 일관되게 실천해서 침체에 빠진 국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부활의 비결은 실행력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2001년 경제성장률이 ―2.4%까지 떨어졌다. 전자산업에 특화한 성장모델이 한계에 직면한 것. 정부는 즉각 법인세를 내리고 규제를 혁파, 창업과 외국인 투자를 장려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동반 육성하는 중장기 비전을 실천해서 위기를 극복했다.

덴마크는 1990년대 초 10%에 이르는 고(高)실업률과 마이너스 성장 등 북유럽식 복지 모델의 후유증에 시달렸다. 아일랜드는 1980년대 마이너스 성장과 20%의 실업률에 시달렸다.

덴마크와 아일랜드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고실업, 저성장의 악순환을 끊었다. 덴마크 정부는 1994년 대대적인 노동시장 개혁에 나섰다. 핵심은 9년의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4년으로 줄이고, 해고를 자유롭게 한 ‘유연 안정성(flexicurity)’ 모델. 지난해 실업률은 3.3%였다.

그럼 이들의 실행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덴마크의 노동시장 개혁은 ‘실업을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아래서 우파의 요구를 중도좌파 연합정부가 받아들여 시작됐다. 전국노조(LO)에서 조직 일부가 탈퇴하는 진통이 있었지만, 노동계도 개혁안을 수용했다.

아일랜드는 1987년 취임한 찰스 호이 총리가 정부 조직부터 과감하게 줄이고 세금을 낮춰 일자리를 늘리는 개혁안을 제안해 야당과 전국노조연합의 사회연대협약을 이끌어냈다. 아일랜드 싱크탱크 포파스(Forfas)의 에이드리언 데빗 연구원은 “지도자가 위기의 실체를 정확히 짚고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한 뒤 대화와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개혁을 마무리한 것이 이들 국가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