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석보다 편하게
기내 서비스 업그레이드
세계적인 대형 항공사들이 최근 잇따라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선보이고 있다.
가격과 서비스에서 이코노미와 비즈니스석의 중간지대에 있는 좌석 등급인데,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이코노미석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이렇게 되면 비행 사업의 전반적인 수익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 항공사들은 최근 서비스 개선에 따른 안팎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저가(低價) 항공사 신설 등으로 역량이 분산되는 바람에 ‘좌석 등급 세분화’ 흐름에 동참하는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좌석 20% 길어지고 가격은 15% 이상 비싸
일본항공(JAL)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東京)∼영국 런던 노선을 시작으로 올해 4월, 9월부터는 도쿄발 독일 프랑크푸르트 및 프랑스 파리행, 미국 뉴욕행 노선에도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코노미석에 비해 좌석 폭과 다리 받침대가 20% 길어졌고, 등받이를 뒤로 40% 더 젖힐 수 있는 게 특징. 노트북 받침대와 전원(電源), 개인용 디지털 기기 등도 지원되며 샴페인 아이스크림도 서비스한다. 정규 이코노미석보다는 15% 정도 비싸다.
호주 퀀태스항공은 올해 4월부터 호주 시드니발 런던, 싱가포르, 태국 방콕행 노선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노선을 운행한다. 공항에서부터 별도의 체크인 카운터 이용이 가능하고 좌석에서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제공되는 대신 요금은 이코노미석에 비해 2배 정도 비싸다.
뉴질랜드항공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천공항에서 일본을 경유해 뉴질랜드 오클랜드, 런던 등지로 가는 비행기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와인 치즈 고급스낵이 있는 ‘셀프 바’ 이용도 가능하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인천∼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10만 원 추가요금만 내면 좌석 폭이 13cm가량 넓은 ‘이코노미 플러스’ 좌석을 배정해 준다.
이 밖에 영국항공은 4월부터는 런던∼미국 뉴욕 노선에 주 2, 3회 이코노미석을 아예 없앤 ‘비즈니스석 전용기’를 투입한다.
○ 국내 항공사 ‘좌석 세분화’ 아직 대응 못해
세계 유력 항공사들은 이처럼 3개 이내였던 좌석 및 요금체제를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의 도입을 통해 4개로 세분화한 상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프리미엄급으로 이코노미석을 바꾸는 작업은 계속하고 있지만, 요금 체계까지 그에 맞춰 올리기에는 당국의 제약 등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비(非)이코노미석 비율을 현재 20%에서 유명 항공사처럼 40∼50%로 늘리려면 실내공간이 넓은 기종으로 바꿔야 하는데, 국내 항공사들이 저가 항공사 진출에 신경을 쓰다가 구입 타이밍을 다소 놓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가 워낙 세계적으로 호황이라 구입 주문 후 인도 시기까지 2년이 넘게 걸리는 게 현실이다.
다만 ‘명품 항공기’라 불리는 A380이나 ‘B787 드림라이너’ 등의 도입에는 순발력 있게 대응해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게 국내 항공사의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당초 2010년부터 A380기 3대를 취항시킬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8대로 늘리기로 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주문을 검토하고 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