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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패션 업계 3위로 추락

입력 | 2008-02-21 03:00:00


코오롱 3社에 밀려 작년 매출 역전

구본걸 號첫 성적표 기대에 못미쳐

1970년대 이후 제일모직과 함께 패션업계 ‘빅2’로 불리던 LG패션이 지난해 매출에서 코오롱그룹 패션 3사(社)의 매출에도 뒤져 처음으로 패션업계 3위로 밀려났다.

관련 업계 3위였던 코오롱그룹의 패션 부문이 약진을 거듭하는 동안 LG패션이 최근 중점을 두고 육성해 온 아웃도어 브랜드가 부진했다는 점이 실적 ‘역전(逆轉)’의 이유라는 분석이 나와 LG패션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실적 부진

아웃도어 브랜드 지난해 매출 현황브랜드매출(원)노스페이스3000억 코오롱스포츠2200억 K21650억 블랙야크1100억 컬럼비아스포츠1000억 밀레800억(추정) LG패션 라푸마 500억(추정) 자료: 각 회사 발표 및 업계 추정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일모직 패션 부문은 1조118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어 FnC코오롱, 코오롱패션, 캠브리지 등 코오롱그룹의 패션 3개사가 780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오롱패션과 캠브리지는 FnC코오롱의 자회사다.

LG패션은 지난해 7381억 원어치를 팔아 처음으로 패션업계 3위로 밀렸다.

유통업체와의 힘겨루기가 많은 패션업계에서는 매출액이 ‘브랜드 파워’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외형 키우기’는 패션업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FnC코오롱이 지난해 캠브리지를 인수하면서 패션업계의 구도를 바꾸려고 시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LG패션의 지난해 매출은 2006년 11월 LG상사에서 분사(分社)해 구본걸(사진)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바뀐 후 받은 첫 성적표여서 그동안 증권가와 패션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LG패션은 구 사장 체제 출범 후 첫 도전으로 ‘라푸마’ 브랜드를 내세워 아웃도어 의류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노스페이스, 코오롱, K2, 컬럼비아스포츠, 블랙야크 등 기존 브랜드의 파워에 밀려 5위권에도 진입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에 그쳤다. 노스페이스가 3000억 원, 코오롱이 2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라푸마는 500억 원어치를 파는 데 그쳤다.

LG패션의 다른 브랜드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제일모직의 여성 정장 브랜드 ‘구호’에 자극받아 새로 선보인 ‘모그’는 이 브랜드를 내놓은 지 1년 만에 매출 부진으로 일부 백화점의 매장 3곳이 철수당하기도 했다. 제일모직의 빈폴을 겨냥해 내놓은 ‘헤지스’도 시장에 나온 지 8년이 지났지만 주요 백화점에서의 매출은 빈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남성 정장 부문에서도 LG패션의 마에스트로는 제일모직 갤럭시에 이어 2인자에 머물러 있다.

○“이렇다할 1등 브랜드 없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렇다 할 1등 브랜드가 없는 것이 LG패션의 약점”이라며 “LG그룹에서 계열 분리 후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구 사장이 올해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능력을 검증받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패션 측은 “라푸마는 지난해부터 판매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어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헤지스 역시 빈폴이나 폴로보다 역사가 짧지만 캐주얼 브랜드 분야에서 선전(善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