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에 사는 나는 요즈음 매컬리 도서관에 자주 간다. 시간 여유가 생기다 보니 도서관을 찾아가 신간 서적을 뒤진다. 일년에 두 번씩 들어오는 신간 서적에 흥분이 된다. 팍팍한 이민생활 속에서 신간 서적을 보는 것은 문화의 첨단을 걷는 기분이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해가 갈수록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도서관에 오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공부 잘하라고 닦달하는 것보다 책을 읽는 정서를 먼저 길러 준다면,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리라 생각한다.
도서관에는 동화책, 만화책 등 많은 책이 있다. 내가 이민 온 1975년에는 한국 책이 없었다. 주 정부 도서관에 소설 몇 권 정도로,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은 없었다. 매컬리 도서관 2층 코너에 수많은 한국 책이 자리 잡는 데 수고한 공로자가 많지만 그중 문숙기 씨가 없었다면 그 코너는 마련될 수 없었다. 문 씨 부부가 1998년부터 관심을 쏟은 덕택이다.
신간 서적 2000권부터 시작해 차차 한국 책이 늘고, 도서 열람도 높아지니까 매컬리 주립도서관 2층 코너에 당당하게 한국 도서가 진열됐다. 그는 매년 두 번씩 자비로 책을 구입해 왔다. 책 운반은 대한항공에서 무료로 해줬다. 1999년 12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독서클럽을 만들었다. 포항제철에서 도서구입비를 보내 왔고, 한국영사관에서 도와줬고, 각처에서 도움의 손길로 도서관에 책이 구비됐다. 이제는 한국 책이 1만5000권이 넘는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정체성을 심어 주려면, 한국 책을 구비하는 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는 민족이 모든 분야에서 이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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