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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47년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장

입력 | 2008-02-21 03:00:00


1947년 2월 21일 광학자인 에드윈 랜드는 전혀 보지 못했던 사진기를 들고 나와 공개 시연회를 펼쳤다. 사진을 찍은 즉시 바로 인화해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기였다.

랜드는 이듬해 11월 미국 보스턴에 있는 조던마시 백화점에서 이 카메라를 89.95달러에, 8장짜리 롤필름 한 통을 1.75달러에 팔았다. 폴라로이드 1호 사진기인 ‘모델 95’는 불티나게 팔렸다. 폴라로이드 신화의 시작이었다.

‘폴라로이드’는 즉석사진기 시장을 개척하고 독점했다. 소비자들은 ‘편광 장치’를 뜻하는 폴라로이드를 즉석사진기라는 보통명사로 사용했다. 폴라로이드는 1949년 단숨에 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베이비 붐 세대를 중심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 폴라로이드 즉석카메라는 60년간 200여 가지 모델이 출시되며 전 세계에서 수천만 대가 팔려 나갔다. 1970년대에는 직원이 2만 명이 넘었고, 1994년에는 매출 23억 달러에 이르는 전성기를 누렸다.

1970년대 앤디 워홀 등 팝아트 예술가들도 폴라로이드에 열광했다. 워홀은 폴라로이드를 들고 미 뉴욕 거리를 걸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폴라로이드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쇠락의 길을 걷는다. 즉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디지털 사진기에 잠식당했는데도 재빨리 변신하지 못했던 것. 1997년 주당 60달러였던 주가는 2001년 0.28달러로 떨어졌고 결국 10억 달러의 빚을 안은 채 2001년 11월 파산했다.

폴라로이드는 2005년 미 소비재 전문업체 피터스그룹에 인수돼 액정표시장치(LCD) TV, DVD 플레이어 생산 등으로 주력 사업을 바꿨고 이듬해 부진한 매출을 보이던 즉석사진기 생산을 중단했다.

폴라로이드는 8일 마침내 즉석사진 필름 생산 중단을 발표했다. 폴라로이드사는 올해 말까지 미국 매사추세츠 주와 멕시코, 네덜란드 등지의 필름 공장을 폐쇄하고 450여 명의 인력을 감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생산된 필름은 내년이면 소진될 예정. 미 역사상 가장 성공적 발명품으로 꼽히던 폴라로이드는 60년 만에 퇴출되는 운명에 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폴라로이드의 몰락에 대해 “폴라로이드 사진이 서서히 이미지를 드러낸 것과 반대로 이젠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고 묘사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