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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밥상, 우주인 입맛 사로잡을까

입력 | 2008-02-22 02:55:00


■ 우주식단에 오른 전통음식

《4월 12일 지상 350km 상공을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세계 최초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을 추모하는 조촐한 만찬이 열린다. ISS에 결합된 우주인의 생활공간인 즈베즈다 모듈의 식탁에 마련된 특별식 메뉴는 다름 아닌 한국의 밥과 된장국, 김치. 한국인 최초로 우주에 가는 고산 씨가 차린 밥상에서 러시아 우주인 3명과 미국 우주인 2명이 둥둥 떠다니며 한국의 맛을 즐길 예정이다. 그간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음식에 길들여져 있던 이들 우주인의 입맛을 한국의 음식이 바꿀 수 있을까. 4월 우주에서 벌어질 한국과 미국 러시아의 음식 삼국지를 살펴봤다. 》

우주식품 인증받은 10종 미-러 우주식에 도전장

4월 ISS서 열리는 ‘가가린 추모만찬’에 첫 등장

○ 우주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식만 통해

‘우주식은 정말 맛없다’는 20세기 우주비행사들의 푸념은 이제 옛말이다. 우주 음식이 우주인의 영양보충뿐만 아니라 지루한 우주 생활에 활력을 주는 요소로 인정받으면서 지구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의 음식이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기 시작한 것이다.

ISS 우주인의 식단은 러시아 우주음식이 절반, 그리고 미국식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한다. 우주 비행을 하기 몇 달 전 우주인은 150여 가지의 우주음식을 미리 맛보고 채점을 한다. 의학 전문가는 이 중 80여 종을 선택해 약 2주(16일)마다 바뀌는 개별 식단을 짠다.

러시아 우주식은 정부 주도로 만들기 때문에 우주인에게 꼭 필요한 전통음식이 주를 차지한다. 보르시치(빨간 순무가 든 수프)나 트보로크(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음식)가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도 통조림에 든 생선이나 고기도 맛볼 수 있다. 음식에 기름기가 많아 한국인의 입에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평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상업화에 눈을 돌렸다. 다국적 식품회사에 우주음식 개발을 맡겨 일반인도 구입해 맛을 볼 수 있다. 치킨 콘소메와 버섯크림 수프, 치즈와 닭고기가 들어간 볶음밥, 과일 칵테일, 달걀 스크램블 등 지금까지 200가지가 넘는 식단이 개발됐다. ○ 떨어진 입맛 자극할 한국 우주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3일 김치, 밥, 고추장, 된장국 등 한국의 전통 식품 10종을 러시아 의생물학연구소(IBMP)로부터 우주식품 최종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 우주인은 4월 8일 소유스호에 자신이 먹을 한국 우주음식 4kg을 싣고 우주로 올라간다.

한국 우주음식은 중력이 거의 없고 고립된 환경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면서도 먹음직스러운 형태와 맛을 유지하도록 개발됐다. 진공포장용기에 든 볼품없는 음식만 보던 우주인 사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밥은 고온살균과 무균포장으로 수분을 65% 함유했다. 수분을 이처럼 높이 유지한 이유는 차진 맛을 내기 위해서다. 김치는 고유의 맛과 씹는 느낌을 주면서도 국물이 흐르지 않도록 캔 안에 흡수패드를 넣었다. 매운맛과 짠맛을 줄이고 단맛을 늘린 고추장은 외국 우주인도 소스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러시아와 미국 음식이 주도하던 우주식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일본과 유럽의 모듈이 ISS에 새로 건설되면서 우주식단에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의 전통음식 100여 가지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이 대열에 낄 수 있도록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 방사선연구원 이주운 박사는 “한국 우주음식이 ISS 식단에 정식으로 오르면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릴 뿐 아니라 경제적인 파급 효과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안형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ut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