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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눈/윌리엄 파프]코소보 앞날의 빛과 그림자

입력 | 2008-02-22 02:56:00


코소보는 독립에 이르게 됐지만 이 지역에는 12만5000명에 이르는 세르비아인이 고립돼 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가. 이는 발칸 지역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문제다.

이른바 ‘국제 사회’는 대체로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도 독립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코소보의 알바니아인들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의 극악한 탄압정책 때문에 독립을 염원해 왔다. 밀로셰비치가 옛 유고연방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민족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자 그가 실시한 계획적인 세르비아인 이주정책에 힘입은 것이었다. 발칸 지역의 현대사 전문가인 미샤 글레니는 “누구나 사실상의 민족 분리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코소보의 독립은 불만에 찬 발칸 반도 내 소수 민족들의 독립 열망을 부추기게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우드로 윌슨의 ‘14개 조항’이 민족주의 확산을 부른 것처럼 옛 소련과 중국, 스페인, 루마니아에 이르기까지 소수 민족 독립 움직임이 확산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들이 새로운 국가 창설을 요구할 수도 있다.

만약 코소보의 세르비아인들이 자유롭게 세르비아와 합칠 수 있다면, 보스니아의 이슬람교도들과 마구잡이로 합쳐져야 했던 ‘스르프스카공화국’(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내 세르비아인들의 공화국)의 세르비아 이주민들이 그렇게 못 할 것도 없다. 이는 밀로셰비치가 옛 유고연방 승계 전쟁을 시작했을 때 원했던 바였다.

알바니아인들은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남부 세르비아 등 발칸 남부지역에 폭넓게 퍼져 살아왔다. 이들이 ‘대(大)알바니아주의’를 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EU의 안보연구원은 영국 버밍엄대 주디 배트 교수의 연구를 들며 “알바니아 문제들(questions)은 산재해 있지만 하나의 단일 명칭으로 지칭할 만한 알바니아 문제(Question)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알바니아인들의 이주는 여러 국가에 폭넓게 이루어졌다. 배트 교수는 ‘대알바니아’의 수도로 티라나, 코소보의 프리슈티나, 마케도니아의 테토보가 서로 경합을 벌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알바니아의 지식층 사이에 정치적 현실주의가 지배적이며, 이 나라의 여론도 대알바니아주의에는 별 흥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알바니아인들은 해외의 알바니아 민족들에 관심을 갖기에는 너무 가난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더딘 진전에 지쳐 있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이르는 100만 명 이상의 알바니아인이 1991년 이후 조국을 떠났다.

코소보 역시 세르비아와의 문제 이전에 정치적 지도력과 피폐한 경제 등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다. 몬테네그로 인구의 5%에 이르는 알바니아인들은 코소보나 알바니아에서보다 훨씬 더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다.

미샤 글레니는 알바니아인들의 문제가 단순히 지역적인 정치적 위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작동해 왔던 ‘안보 기제’가 탈냉전 이후 붕괴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매우 긍정적인 전망으로 발칸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인터넷으로 서로 접촉하는 젊은 알바니아인들은 EU 아래 이들이 함께 통합되는 것을 도와줄 것이며 이는 ‘발칸의 악몽’에서 행복하게 깨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