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과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초중고교 학생들이 받고 있는 사교육 실태를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조사한 결과가 나왔다. 과중한 사교육비 문제 해결이 민생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각된 지 오래인데도 정부 차원에서 처음 실시된 실태 조사라니, 교육부의 무사안일과 주먹구구식 정책수립 행태를 거듭 확인하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 집계된 2007년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20조400억 원으로, 같은 해 정부 교육예산(31조2840억 원)의 64%에 이른다. 사교육 참여율은 77%에 달해 학생 4명 중 3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 사교육을 안 시키는 부모가 소수자(少數者)가 돼버릴 정도이니, 과연 사교육 공화국이다.
그동안 대학입시가 사교육의 주범(主犯)처럼 취급당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규모가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교생 사교육비는 4조2000억 원, 초등학생은 10조2000억 원이었다. 사교육 참여율도 초등학생이 89%로 고교생(55%)보다 훨씬 높다.
그럼에도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대입 쪽에 집중됐다. 입시 과열에서 비롯되는 사교육비 대책도 중요하지만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를 줄이는 일도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사교육 습관이 고교까지 이어지는 측면이 있고 보면 학부모와 학교가 일찍부터 사교육 의존증(依存症)을 끊어 내기 위해 공동 노력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정규교과 학습과 관련된 사교육 외에 피아노 태권도 교습 같은 예체능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예체능 교육을 선진국처럼 학교 또는 지역사회 안에서 최대한 소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가 영어 교육을 강화하게 되면 초등학교 사교육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영어 교육도 공교육과 방송, 인터넷이 맡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번 사교육비 조사를 계기로 교육정책을 과학적이고 정밀한 통계 및 정보를 바탕으로 추진해 나가는 체제가 강구돼야 할 것이다.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가 최대 과제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