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군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 당선인 앞에서 고 선효선(28·여) 소령의 6개월 된 딸이 울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헬기사고 순직 장병 가족들 마지막 작별인사
세 살배기 은채는 영정 속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 엄마’라고 작별인사를 하는 듯했다. 이어 울먹이는 아빠를 위로하듯 등을 두 손으로 토닥거렸다.
태어난 지 6개월 된 은결이는 포대기에 싸인 채 엄마의 사진을 마주했다. 사랑스러운 두 딸을 맞은 선효선 소령은 영정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영결식장. 사흘 전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고 돌아가다 추락 사고로 순직한 장병 7명의 영결식이 유족과 전우의 오열 속에 치러졌다.
은채 은결 두 딸과 함께한 선 소령의 남편 유영재(29) 대위는 아내를 향해 마지막 거수경례를 했다.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리둥절해하던 은채도 “아빠, 울지 마”라고 말리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고 정재훈(33) 소령의 부인 이정미(32) 씨는 임신 3개월인데 남편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듯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오빠, 오빠”만 불러 대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날 생일을 맞은 김범진(23) 병장의 영정 앞에는 흰 케이크가 놓였다. 길고 짧은 초 5개가 꽂혀 있었다. 마지막 생일상을 차린 어머니 윤용순(52) 씨는 떨리는 손으로 불을 붙이고 “범진아, 촛불 꺼야지”라고 말한 뒤 주저앉았다.
최낙경(22) 병장의 어머니 송영신(48) 씨는 “네가 살고 내가 죽자”며 영정을 붙잡고 오열하다 가족의 부축을 받아 헌화를 마쳤다.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들은 추도사를 통해 비통한 심경을 토해냈다.
“늘 따뜻하게 환자를 돌보던 정재훈 소령님, 선효선 소령님, 김범진 병장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 분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우리 가슴에 영원한 빛으로 남을 겁니다.”(철정병원 간호장교 고현미 대위)
“여러분은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날아올라 고귀한 생명을 구한 뒤 죽음으로 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 펴보지 못한 꿈은 이제 땅 위에 내려놓고 편히 쉬십시오.”(13항공단 임희규 준위)
임 준위는 고 신기용(44) 준위, 황갑주(35) 준위, 이세인(21) 상병 등과 함께 204항공대대에 근무했다.
제1야전군사령부장(葬)으로 열린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장병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김장수 국방부 장관,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자리를 함께하고 애도했다.
영결식에 앞서 오전 7시 50분경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했다. 이 당선인은 방명록에 “이들의 희생정신을 굽어 살펴 주소서”라고 적었다. 시신은 성남화장장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군은 중사 이상 전 간부가 모은 조위금 8억 원가량을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