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캠퍼스 산책/은정진]명륜당 주변 촛불모임에 조마조마

입력 | 2008-02-23 02:59:00


지난해 여름 친구와 유럽여행을 할 때 열차 안에서 한 프랑스 여대생을 만났다. 우리와 한참 대화하던 그는 “너희는 어느 대학교 다니니” 하고 물었다.

나와 친구는 어떻게 설명할까 계속 고민하다 한국에서 가져온 1000원짜리 지폐를 보여 줬다. 지폐 앞면에는 우리 학교의 상징물 ‘명륜당’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는 “이 건물이 바로 우리학교야. 한국, 아니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지. 600년이 넘었어”라며 증거를 보여 주며 설명하자 여학생은 이해한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평소 학교에선 그저 스쳐 지나가던 건물이었지만, 외국에서 쉽게 학교를 소개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얼마 전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 소실된 다음 날 학교를 찾았다. 1398년 숭례문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보물 141호 명륜당과 대성전은 여전히 굳건한 모습이었다. 600년 동안 우리 대학을 지켜봤던 자랑스러운 상징물을 보면서 ‘여기엔 숭례문 같은 일이 없어야지’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학내에 위치한 문화재 ‘성균관’을 대하는 일부 학우의 의식에 대해 솔직히 걱정이 된다.

성균관의 정문인 ‘보물 141호 신삼문’ 앞에서 봄, 여름밤이면 경비아저씨 몰래 촛불을 벗 삼아 앉아서 기타 치며 술 마시는 학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두루 화합하여 편당을 짓지 말라’ 이르며 영조가 세운 ‘탕평비’ 옆에서도 밤새 촛불과 함께 음주가무를 즐기는 학우들도 있다. 제2의 숭례문 사고가 여기에서도 충분히 생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지나 갈 때마다 근심스럽다.

이번 숭례문 화재에 나라의 큰 어른이 돌아가신 듯 온 국민은 가슴 아파했다. 이후 새 정부는 복원과 함께 문화재 관리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로 날아가 버린 610년 된 숭례문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문화재에 있어서 ‘사후약방문’은 필요 없다.

문화재를 시민과 가까이하겠다는 정책이 나오기 전에 우리부터 대학 내, 그리고 주변에 존재하는 문화재를 내 재산처럼 소중히 하겠다는 의식이 선행돼야 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안 새겠는가’란 말을 듣기 전에 말이다.

은정진 성균관대 4학년 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