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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야스오 日총리 “李당선인 발언 무겁게 받아들인다”

입력 | 2008-02-23 02:59:00

22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주일 한국특파원단을 만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는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설정하겠다는 이명박 차기 대통령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여 장래 양국관계에 잘못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주일 한국 특파원단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 인터뷰는 22일 도쿄 나가타(永田) 정 총리관저 2층 회의실에서 30여 분간 이뤄졌다.

후쿠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문제, 한반도 평화와 안정, 7월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전망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광범위하게 언급했다.

평소 아시아 중시 외교노선을 내세워온 후쿠다 총리는 “이명박 차기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새 정권 출범과 함께 새로운 한일관계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이명박 차기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말할 내용을 묻는 본보 특파원에게는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그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진지하게 답하기도 했다.

후쿠다 총리는 24일 한국을 방문해 25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한국 노무현 정권과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및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기의 한일관계는 정상 셔틀외교가 중단되는 등 경색된 측면이 있었다. 이명박 차기 대통령은 최근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설정하며 과거사에 대한 사과 반성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일본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후쿠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가.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다. 당연히 좋은 관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과거 양국관계는 순조롭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한국민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이명박 차기 대통령의 발언을 무겁게 받아들여, 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장래 양국관계에서 잘못이 없도록 해나가겠다. 한일 양국은 미래를 향해 큰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능성을 얼마나 키워내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우호협력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다. 이 공동과제를 풀기 위해 양국은 협력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과 정상회담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이후 일본의 역대 총리들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재임 기간 중 더욱 명확한 표현으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할 의향은 없는가.

“한국인의 심경을 소중히 여기고 역사에 겸허한 자세로 진실을 소중히 여기겠다. 다만 말로 하는 사과가 좋은지, 그런 마음을 갖고 미래지향적 사고방식으로 더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지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한국민들이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

―아베 전 정권의 대북 강경책으로 인해 일본과 북한 관계가 어느 때보다 경색됐다. 북핵 문제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과는 여러 난제가 있다. 그러나 끈기 있게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2002년 9월 고이즈미 당시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일 수교를 위해 작성했던 ‘북-일 평양선언’에 쓰인 내용을 전부 실현하고 싶다. 일본으로서는 납치 문제도 중요하다.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가며 한시바삐 해결하고 싶다.”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논의가 나오고 있다.

“경제적 협력이 강화되면 한일관계는 한층 긴밀해질 것이다. 양국 간 무역과 투자를 확대해나가다 보면 더 높은 수준의 협력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장애 요인을 배제하고 조속히 타결하고 싶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선 대화의 시작이라도 빨리 하고 싶다.”

―7월 도야코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에 이명박 차기 대통령을 초청하려는 것으로 안다. 이 대통령의 참석은 어떤 의미가 있나.

“도야코 회담의 의제는 환경 문제, 아프리카 개발 문제, 세계경제 안정 문제, 핵 비확산 문제 등이 될 것이다. 아시아 주요 국가인 한국의 위상을 생각할 때, 또 모든 것을 함께 협의해야 할 이웃국가라는 점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꼭 모시고 싶다. 사실 이 대통령을 초대한다는 계획은 아직 공식 발표를 할 내용이 아니지만 특별히 알려드린다.”(웃음)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가 적극 지원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 참정권 문제에 대해서는….

“재일 한국인들의 염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 국가제도의 근간에 해당하는 문제다. 좀 더 깊은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때가 되면 논의하겠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