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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05년 국제로타리클럽 창설

입력 | 2008-02-23 02:59:00


103년 전인 1905년 2월 23일,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의 한 광산기사 사무실에 4명의 남자가 모였다. 광산기사와 석탄상, 양복상, 변호사로 일하던 이들은 경기 불황 속에서 점점 메말라 가는 사회의 인정과 황폐해지는 상(商)도덕을 안타까워했다.

변호사 폴 해리스는 이 자리에서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우리가 친목을 도모하고 상부상조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날의 제안이 오늘날 한국회원 5만3051명을 포함해 200여 국가에서 120만여 명이 활동하는 세계적인 민간 자원봉사단체 ‘국제로타리클럽’의 시작이었다. 올해 7월부터 1년간은 한국인(이동건 부방 회장)이 클럽 회장을 맡아 지구촌 소아마비 퇴치에 나선다.

각박해지는 사회를 걱정하던 초기 클럽 회원들은 봉사정신으로 인화를 도모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1906년 첫 강령에는 사업을 위한 사교 진흥의 내용만 담았다가 ‘이기적인 강령’이라는 회원들의 비판에 부닥쳐 바로 이듬해 강령을 고친다.

‘시카고 시의 이익 증진과 시민들이 시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심을 갖도록 기여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와 이를 통한 사회 개선에도 힘을 쏟는 단체의 틀을 갖추게 된다.

로타리클럽은 사교와 봉사 외에도 고도의 직업적 도덕 수준을 유지할 것을 회원에게 강조한다. 1933년 허버트 테일러가 제안해 채택된 ‘4가지 표준(Four Way Test)’은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다. ‘이것은 진실한가’ ‘모두에게 공평한가’ ‘선의와 우정을 증진시키는 것인가’ ‘모두에게 유익한가’를 스스로 묻는 방식이다.

테일러는 이를 통해 파산 직전에 있던 주방용품 회사를 성공적으로 되살렸다. 그는 회사의 회생보다 세상의 호의와 신뢰라는 ‘무형 자산’을 얻게 된 것을 더 높이 평가했다.

‘자원봉사의 힘’도 결국 세상의 호의 및 신뢰와 연결돼 있다. 봉사는 자신이 사회의 훌륭한 조력자임을 알리는 신호로 작동해 본인에게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사회생물학자들의 연구 결과다.

이타적 행위는 개인과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진화시킬 수도 있다. 행태경제학과 행복경제학자들이 이 분야를 파고드는 이유다.

이런 차원에서 일본 ‘미쿠니 마을의 기적’(30만 명)을 능가하는 100만 명의 충남 태안 자원봉사자는 분명 ‘한국의 저력’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