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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암흑속 공포의 40분’

입력 | 2008-02-23 02:59:00


2호선 변전소 차단기 고장으로 전동차 스톱

승객들 ‘5년전 악몽’ 떠올리며 불안에 떨어

정정미(38·여) 씨는 숨이 멎는 듯했다. 전동차가 갑자기 멈출 때였다. 실내등이 모두 꺼지자 옆에 있던 승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는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가려고 대구지하철 2호선 성서공단역에서 전동차에 올랐다. 20분 정도 달렸을까, 전동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22일 오후 6시 55분경이었다.

“엊그제가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5주년이었는데 지하철이 암흑으로 바뀌어 솔직히 겁이 났어요.”

방화? 정전? 충돌? 운행이 중단된 이유를 알지 못한 승객들은 2003년 2월 18일의 사고를 떠올렸다. 방화로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친 대구지하철 1호선 참사.

승객들은 숨을 죽이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1월 7일) 숭례문 전소(2월 10일) 정부중앙청사 화재(2월 21일)에 이어 다른 참사가 발생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오후 6시 45분경 전동차를 타고 죽전역에서 서문시장역으로 가던 황철민(54·대구 달서구 감삼동) 씨는 “컴컴한 전동차 안에 갇혀 있는 동안 불안감이 밀려 왔다”고 당시 심정을 설명했다.

대구지하철공사는 2호선 만촌역 부근의 변전소에 있는 ‘고속도차단기’가 녹아 내렸음을 발견한 뒤 복구반을 투입했다. 작업이 끝나자 오후 8시 반경부터 전 구간에서 전동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 씨는 “전동차 밖으로 빠져나오니까 살았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승객들은 최대 40여분 동안 전동차에 갇혀 있었다.

대구시 재난안전본부는 “전동차 18편의 운행이 중단됐지만 터널 안에 있던 2편을 제외하고는 비상전력을 가동해 가까운 역에 도착하게 한 뒤 승객을 대피시켰다”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지하철공사는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난 오후 7시 50분경 대구시소방본부에 사고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빠른 시간 안에 지하철 운행을 정상화하는 데 몰두하는 바람에 소방 당국에 통보하는 게 늦었다”고 해명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