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버블경제의 악몽에서 깨어나는 듯이 보였던 일본 경제가 ‘저페인(japain)’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1일 보도했다.
‘저페인’이란 일본의 영어 국명인 ‘Japan’과 고통을 뜻하는 ‘pain’의 합성어. 이 잡지는 요즘 일본의 경제 상황을 보면 10년 전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을 세계 타 지역이 추월하고 있다는 뜻에서 나왔던 ‘일본 통과(Japan passing)’라는 말이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몇 해 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강력한 경제개혁을 추진할 때만 해도 일본 경제는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고이즈미 내각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달하던 부실 대출 문제를 해결하도록 은행과 기업에 촉구하고 우정사업을 민영화했다. 국민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시장친화적 개혁에 열광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주식시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 등의 여파로 지난해 7월에 비해 27%나 곤두박질쳤다. 일본 경제가 침체한 이유로는 먼저 초고령 사회에 돌입하면서 근로자들의 사회적 부담이 늘어난 점이 꼽힌다. 대미(對美) 수출 호조로 그동안의 문제점들을 덮어둘 수 있었지만 최근 엔화 가치의 상승으로 이마저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그동안 기업은 투자나 임금 인상에 인색했기 때문에 취업률이 상승해도 내수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은 상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갖가지 문제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으로 ‘정치인들의 무능력’을 지적했다. ‘민족주의’에만 집착했지 경제문제는 손을 놓고 있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일본 자위대의 인도양 미군 급유지원 문제로 임기 초를 다 보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 참의원 선거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준 국민의 뜻을 잊고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를 보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 등 어느 누구도 이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잡지는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