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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 별세

입력 | 2008-02-25 13:46:00


동아일보 사장, 회장, 명예회장과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을 지낸 화정(化汀) 김병관(金炳琯) 선생이 25일 오전 9시40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1934년 7월 24일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앙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33년간 신문 경영의 일선에서 민주언론 창달에 이바지해 왔다.

동아일보에 입사한 뒤 광고, 판매, 총무국 등 여러 부서에서 근무했으며 1985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1987년 발행인을 맡았다. 이어 1989년 사장, 1993년 회장, 2001년 명예회장으로 취임했다.

고인은 발행인에 취임한 첫해인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때 군사정권의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성역 없이 보도하도록 기자들을 격려하는 등 동아일보가 언론자유를 쟁취하고 수호하는 데 늘 앞장섰다. 당시 동아일보의 보도는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의 불씨가 돼 한국 민주화의 전환점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고인은 언론인으로서도 남다른 업적을 남겼다. 1995년 중국 리펑 총리와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단독회견을 했고, 1998년에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공식 초청을 받아 남측 신문 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방북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한의 교류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1990년에는 한국신문협회 회장을 맡아 한국 언론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4년간 활동했다. 한국신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고인은 언론자유 수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많은 행사를 개최했고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를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이와 함께 국제신문협회(IPI) 한국위원회 이사, 1996년 아시아신문재단 한국위원회 이사 등으로 일하며 국제 언론 교류에도 힘썼다.

동아일보가 중국 인민일보, 러시아 이즈베스티야,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와 새롭게 제휴 관계를 맺도록 함으로써 동아일보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했다.

또 동아일보-아사히신문-인민일보 3사간의 정기적인 국제 심포지엄과 각종 협력사업을 지원해 아시아 3국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도 기여했다.

고인은 국악 진흥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1989년 동아일보 사장에 취임한 이후 ‘완창 판소리 발표회’ 등을 시작했고, 1990년에는 창극 아리랑을 모스크바 등 9개 지역에서 순회 공연해 구 소련지역 교포들의 민족애를 고취시켰다.

고인은 1999년 고려대와 중앙중고교, 고려중고교 재단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으로 취임, 고려대 개교 100주년(2005년)을 전후해 지하중앙광장, 100주년 기념관, 화정체육관 등을 차례로 완공했다. 또 대학발전기금 모금, 세계 유명대학과의 교류 확대 및 국제학술회의 개최 등을 통해 고려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헌신했다.

2001년에는 한국디지털대학교를 설립하였으며, 2005년엔 한국디지털교육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교육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고인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1997년 호주 모나쉬대에서 명예법학박사, 2001년 일본 와세다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의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28일 오전9시 고려대 내 화정체육관에서 화정 김병관선생 장례위원회(위원장 권오기) 주관으로 거행된다.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선영.

유족으로는 장남인 김재호(金載昊)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차남 김재열(金載烈) 제일모직 상무, 김희령(金希玲) 일민미술관 실장 등 2남1녀가 있다.

02-921-2899, 3099(고려대 안암병원), 02-2020-1710(동아일보사)

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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