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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동아일보 前 회장 별세

입력 | 2008-02-26 03:01:00


민주화 기폭제 박종철사건 보도 격려한‘영원한 新聞人’

동아일보 사장, 회장, 명예회장과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을 지낸 화정 김병관(化汀 金炳琯) 선생이 25일 오전 9시 40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1934년 7월 24일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앙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1985년 부사장, 1987년 발행인, 1989년 사장, 1993년 회장, 2001년 명예회장을 맡아 33년간 신문경영의 일선에서 민주언론 창달에 이바지해 왔다.

고인은 발행인에 취임한 첫해인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때 군사정권의 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성역 없이 보도하도록 기자들을 격려하는 등 동아일보가 언론자유를 쟁취하고 수호하는 데 늘 앞장섰다. 당시 동아일보의 보도는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돼 한국 민주화의 전환점을 이루는 계기가 됐다.

고인은 1995년 중국 리펑 총리와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단독 회견을 했고, 1998년에는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공식 초청을 받아 남측 신문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방북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한의 교류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1990년에는 한국신문협회 회장을 맡아 한국 언론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4년간 활동하며 언론자유 수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많은 행사를 개최했다.

고인은 국악 진흥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 1989년 동아일보 사장에 취임한 이후 ‘완창판소리 발표회’를 시작했고, 1990년에는 창극 아리랑을 모스크바 등 옛 소련의 9개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벌여 현지 동포들의 민족애를 고취시켰다.

고인은 1999년 고려대와 중앙중고, 고려중고 재단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고려대 개교 100주년(2005년)을 전후해 지하중앙광장, 100주년 기념관, 화정체육관 등을 차례로 완공했다. 또 대학발전기금 모금, 세계 유명 대학과의 교류 확대 및 국제학술회의 개최 등을 통해 고려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헌신했다.

이 밖에도 고인은 동아사이언스(1986년) 일민문화재단(1994년) 동아닷컴(1996년) 신문박물관(2000년)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2000년) 한국디지털대(2001년) 설립 등을 통해 언론, 교육,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고인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1997년 호주 모나쉬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2001년 일본 와세다대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의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28일 오전 9시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화정 김병관 선생 장례위원회(위원장 권오기) 주관으로 거행된다.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선영.

유족으로는 장남인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차남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 김희령 일민미술관 실장 등 2남 1녀가 있다.

02-921-2899, 3099(고려대 안암병원), 02-2020-1710(동아일보사)

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

빈소: 고려대 안암병원

영결식: 28일 오전 9시 고려대 화정체육관


▲ 영상취재 : 동아닷컴


▲ 영상취재 :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