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어린 시절의 종교를 버리고 다른 종교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도(Protestants)의 비율도 미국인의 절대 다수일 거라는 통념과는 달리 절반을 간신히 넘긴 51%로 집계됐다.
미국의 대표적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 산하 기관인 ‘종교와 공공생활에 대한 퓨 포럼’은 지난해 5월 8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국의 성인 3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종교 생활에 관해 조사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전국 규모의 미국 신앙 지도에 관한 첫 보고서이다.
▽약화되는 개신교=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신앙지도의 급격한 변화다.
종교를 바꾼 사람이 4분의 1이며, 개신교 내부에서 교파를 바꾼 사람을 포함하면 무려 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에는 미국인의 3분의 2가 개신교도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51%로 줄었다. 특히 조사 대상자 가운데 18∼29세의 젊은층은 43%만이 개신교도라고 답해 앞으로 개신교도의 수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비해 종교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1980년대 5∼8%에서 16.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처드 모 미국 풀러신학원 원장은 “다원화 사회인 미국에서 개신교는 여러 종교 중 하나일 뿐이다. 개신교의 잣대로 미국인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옅어지는 신앙의 깊이=기독교의 위력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23.9%) 등을 포함하면 조사 대상자 10명 중 8명(78.4%)이 ‘나는 크리스천’이라고 답했다. 약 5%는 ‘기타’ 다른 종교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유대교인의 비율은 1.7%로 기타 종교 가운데 가장 비중이 컸다. 불교신자는 0.7%, 이슬람교도는 0.6%였다.
단일 교파로는 가톨릭이 가장 많은 신자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가운데 가톨릭 신자의 3분의 1이 다른 종교로 개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미국인의 10%가 가톨릭 신앙을 포기하고 다른 종파를 택한 것.
다만 가톨릭 지역인 남미에서 건너온 이민자들 덕분에 가톨릭의 교세가 그나마 유지되는 셈이다. 미국 가톨릭 교인의 3분의 1은 남미 출신이었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그레고리 스미스 연구원은 “종교를 시장에 빗대자면 미국은 아주 역동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신앙인은 많지만 신앙의 깊이는 얕아지고 있는 셈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