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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산책/장용욱]치열한 취업전쟁, 연민보다 격려를

입력 | 2008-02-27 03:00:00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생이 된 뒤 종종 혼자 밥을 먹는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간혹 딱하게 여긴다. 시간을 아껴 좋다 해도 되레 시간에 치여 산다고 안타까워한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이런 시선이 괜히 내 모습을 처량하게 한다.

요즘 대학생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이와 비슷하다. 언론 속 대학생의 모습은 ‘백수’ 또는 ‘취업 준비생’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비추며 취업하기 힘든 각박한 현실만을 문제 삼는다. 각종 연수와 공모전, 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서 낭만이 사라진다고 안타까워만 한다. 어디서도 노력 자체에 주목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젊은이들은 치열하게 노력한다. 이런 몸부림을 보며 민주화를 쟁취해 낸 장년층은 낭만이 없고 철학이 얕다며 혀를 차기도 한다. 그 시대에는 술잔으로 세상을 논하며 ‘방어율 학점’(낮은 학점을 가리키는 속어)을 받고도 골라서 취업했다니 이해가 안 갈 만도 하다.

지금 대학생들이 철학이 없고 사회에 무관심하다는 인식은 오해다. 최근 기업이 지원자에게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면서 대학생들도 책에만 파묻혀 살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과 영어 공부를 위해 해외 봉사활동이나 인턴십도 많이 한다. 심층 면접을 위해서라도 시사에 관심을 갖고 책도 많이 읽는다.

예전에는 학생운동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을 표출했다면 요즘은 인터넷 등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피력할 뿐이다. 관심이 줄었을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안정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현재의 대학생들도 스스로 삶을 살찌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와 방식이 다를 뿐이다.

젊은이들은 자기 계발을 통해 무한경쟁시대의 어려움을 이겨내려 한다. 이런 모습을 딱하게만 바라보면 오히려 힘이 빠진다. 20대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 술잔 대신 책을 든다는 것은 기특한 일이 아닌가.

치열한 경쟁은 시대의 흐름이다.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좋은 직장에 가려면 어차피 경쟁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노동력이 많이 필요치 않은 구조로 사회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대학생들에게 잘된 일이다. 더 어려워질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법을 그만큼 미리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 학생이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똑같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격려와 도움은 젊은이를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장용욱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한국외국어대 영어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