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코트에 나서는 2세들이 꽤 된다. 하지만 지도자 쪽에서 보면 그런 선수들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아무래도 ‘바지 바람’이 있을 수 있고 괜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해서다.
몇 년 전 김동광 당시 SBS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자신의 아들이 막판까지 어느 팀에도 지명되지 않자 직접 뽑은 적이 있다. 그때 김 감독은 다른 팀 감독들에게 “좀 뽑아 주지 그랬느냐”며 애끓는 부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 시즌 신인왕이 유력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벤치 신세가 된 함지훈(모비스)은 부모가 모두 농구를 했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아 구단 안팎에 신선하게 비치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전창진 동부 감독은 확실히 별종이다.
전 감독은 자신의 친정 팀인 삼성 출신 선배의 아들을 두 명이나 선발했다. 삼성의 원년 멤버인 이명호 한국여자농구연맹 사무국장의 아들 이상준(현재 상무)을 2004년 1라운드 6순위로 뽑았다. 올 시즌에는 고려대와 삼성에서 뛴 이왕돈 씨의 아들 이광재가 동부에서 신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전 감독은 이 씨와 각별한 사이다. 삼성 주무 시절인 1990년 홍콩 원정을 갔다 당시 룸메이트였던 이 씨가 잠을 자다 뇌출혈을 일으켰을 때 직접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다. 이 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아직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깍듯하게 모시는 선배의 아들을 데리고 있는 데 대해 전 감독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로 제 몫을 다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부담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칫 이들에게 기회를 많이 줄 경우 다른 선수들이 ‘딴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며 입이 튀어나올 수 있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상준이나 광재에게는 좀처럼 칭찬을 안 합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도록 유도합니다.”
0.1t의 거구와 달리 섬세한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시키는 전 감독이 ‘코끼리 같은 여우’로 불리며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김종석 기자의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