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이 수배 차량을 몰고 ‘광란의 질주’를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양천경찰서 신월 1지구대 소속 장모(47) 경위 등 경찰관 2명은 25일 오전 1시 반경 양천구 신월5동 한 골목길에서 수배 차량인 흰색 엑센트 승용차를 발견했다.
차 안에는 정모(17) 군 등 고교생 남녀 5명이 타고 있었다. 장 경위 등이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자 갑자기 이들은 시동을 걸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장 경위 등이 즉각 추격에 나섰지만 이들은 시속 100km 안팎의 속도로 중앙선을 넘나들며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신월 나들목 근처에서 불법 U턴을 한 이들은 화곡역 방향으로 도주하며 20여 분간 경찰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계속했다.
결국 장 경위는 강서구 화곡동 강서제일병원 부근에서 이들을 추월해 순찰차로 앞을 가로막았지만 이들은 그대로 돌진해 순찰차와 충돌했다.
또다시 U턴해 달아나던 이들은 앞서 가던 영업용 택시를 들이받고서야 겨우 멈췄다.
장 경위는 충돌 때 충격으로 머리와 목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지만 정 군 등은 얼굴에 찰과상 외에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중학교 동창인 이들은 설날 세뱃돈으로 받은 120만 원으로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서 수배 차량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무면허로 운전을 한 정 군 등 2명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하고 함께 타고 있던 여고생 2명 등 3명은 석방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군 등은 한밤중 위험천만한 질주를 하고도 반성하는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