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왼손 타자. 한국프로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
양준혁(39). 팬들은 그를 ‘양신(神)’이라 부른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은 친다’는 그가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2000안타를 기록했다.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세 자릿수 안타도 기록했으며 최고령 20(홈런)-20(도루) 클럽에 이름도 올렸다.
팬들이 그를 ‘신’으로 부르는 까닭은 그가 프로야구 8개 구단 선수 중 공을 친 뒤 1루까지 늘 최선을 다해 뛰기 때문이다. 1루로 힘껏 달리는 건 선수의 기본이지만 아웃이다 싶으면 천천히 뛰거나 아예 뛰지 않는 선수도 있다.
‘양신’은 1993년 프로 데뷔 이후 ‘1루까지 전력 질주’라는 원칙을 어기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6월 11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구엔 답이 없다. 단 한 가지 기준은 있었다. 1구 1구에 혼을 실어 최선을 다하는 것. 야구 선수에겐 내일이 없다. 링에 올라와 순간을 위해 싸우는 권투선수와 같다.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쓰러져야 하는 운명”이라고 말했다. 2000안타를 기록한 원동력이 이처럼 변함없는 ‘전력 질주’ 덕분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에게도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1993∼2001년 연속해서 3할대를 기록했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든 2002년 타율이 0.276으로 떨어졌다. 2003∼2004년 3할대 타율에 복귀했지만 2005년엔 0.261로 최저 타율을 기록했다.
그때도 그는 벤치에서 가장 큰 소리로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하지만 벤치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후배의 타법 배우기를 꺼리지 않았다. ‘잘나가던’ 과거의 양준혁을 버리고 새로 태어나 슬럼프를 극복했다.
양준혁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억대 계약금 타자 탄생의 주인공이다. 그는 1993년 2월 28일 계약금 1억 원, 연봉 1200만 원이라는 조건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그는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삶이다. 야구선수가 아닌 양준혁은 상상할 수 없다. 야구선수가 아니었다면 누가 내 이름을 소리쳐 불러주겠는가”라는 그를, 팬들은 언제까지나 그라운드에서 보고 싶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