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23) 씨는 최근 중국 베이징대로 유학을 떠나기에 앞서 국민은행 광교지점에서 중국 공상은행 계좌를 만들었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사용할 수 있도록 체크카드도 발급받고 돈도 미리 송금해 놓았다.
해외에 장기간 머물기 위해 떠나는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 중 하나가 현지에서 은행계좌를 여는 것이다. 말이 잘 안 통하는 데다 계좌를 개설하는 데 필요한 각종 서류를 현지에서 마련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해외로 떠나는 고객을 겨냥한 ‘해외계좌 개설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이 급속히 늘고 있는 중국뿐 아니라 캐나다, 미국, 호주 등의 은행과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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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떠나기 전 미리 현지 계좌 개설
우리은행은 24일 중국은행(BOC)과 제휴해 한국에서 중국은행의 계좌를 개설하고 직불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위안화, 달러화 계좌 모두 개설할 수 있으며 계좌 개설에 걸리는 시간은 5일 정도. 위안화 계좌를 만들면 중국에 갔을 때 현지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ATM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일부 은행과도 제휴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말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과 제휴해 현지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신청 후 계좌가 열리기까지 2, 3일이 걸리며, 10일 안에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시작한 미국 씨티은행 계좌 개설 도움 서비스를 이용하면 미국에서 계좌를 만드는 과정이 간소해진다. 한국씨티은행 국내 지점이 발급해 주는 ‘해외지점 제출용 추천서’를 받아 미국 현지의 씨티은행 지점에 들고 가면 계좌 개설 시간과 절차가 단축된다.
신한은행도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일부 은행과 제휴해 고객들이 출국하기 전 해외계좌를 개설해 준다. 이 밖에 하나, 외환, 기업은행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김병섭 국민은행 외환상품부 팀장은 “해외 현지의 금융회사들은 한국인이 계좌를 개설하려고 할 때 개인 신용정보 등이 없다는 이유로 까다롭게 굴거나 계좌 개설을 거부하는 일이 많다”면서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해외 제휴은행에 고객의 신용을 보증함으로써 개설 업무가 쉬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외 송금 절차도 간편해져
한국에서 해외로 돈을 보내는 과정도 점점 편리해지고 있다.
외환은행은 국내 전 지점과 해외 일부 지점에서 다른 나라의 지점으로 송금하는 즉시 입금이 완료되는 ‘글로벌 다이렉트 입금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과거 3∼7일 걸리던 해외 송금을 즉각 처리할 수 있고, 송금 후 수취인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고객이 한 번 지점을 방문해 수취인에 대한 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이후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현금지급기(CD), ATM, 인터넷 등을 통해 해외에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