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가 굵어 보이지 않게 나오도록 찍어 주세요.” 사진을 찍으면서 날씬하게 나올 것 같은 포즈를 친구들과 상의해 주위를 웃게 만들었던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 16세 다른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세계 정상에 설 때까지 모두 미뤄 놓고 있다. 신원건 기자
실내였지만 추위로 몸이 떨렸다.
전날 눈이 내린 데다 기온마저 뚝 떨어진 26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세종고등학교 실내체육관.
이곳은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16·세종고)가 훈련하고 있는 곳이다.
얇은 선수복이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훈련하기에는 턱없이 추워 보였다. 유연성이 생명인 리듬체조의 특성상 이런 저온에서 훈련을 하면 부상 위험이 높을 수밖에…. 선수들은 티셔츠를 4, 5개씩 껴입고 양말을 2, 3개씩 신고 훈련하는 게 일상화된 듯했다.
신수지는 3일 한국체대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리듬체조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제28회 세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17위를 차지해 20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리듬체조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딴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16년 만이며 이번 대회 유일한 아시아 선수이기도 하다.
어머니 문광혜 씨는 “훈련이 끝나면 추위 때문에 갈라진 발에서 나온 피로 양말이 빨갛게 물든다. 발톱도 2개나 빠졌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신수지의 훈련 환경은 열악하다. 메달 가능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태릉선수촌에는 들어가지도 못한다. 다행히 그는 환경이 좀 더 나은 러시아에서 국제체조연맹(FIG)의 도움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현재 그는 장딴지 쪽의 피로 골절로 러시아에서 훈련을 하다 이번 주 한국으로 돌아왔다. 3월 참가하기로 했던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도 포기했다. 대표 선발전에서도 피로 골절로 주사를 맞아 가며 경기에 나갔다.
지난해 그는 12개의 대회와 훈련으로 200여 일 동안 외국에 머물렀다.
그가 체조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적은 돈이다. 하루 30만 원이 들어가는 러시아에서의 훈련은 모두 개인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얼마 전 부모님은 적금을 깼다.
그가 경기에 입고 나오는 의상은 모두 중고품이다. 한 벌에 200만 원이 넘는 돈이 부담스러워 러시아 선수들이 입던 것을 샀다.
하루에 그가 먹는 음식은 약간의 밥과 과일 그리고 매끼 6알의 영양제가 전부다. 한창 나이에 먹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그는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땐 인터넷에서 음식 사진을 보며 허기를 달랜다”며 웃었다.
리듬체조가 비인기 종목이라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최근 피겨의 김연아와 수영의 박태환의 성공이 많은 동기 부여가 됐다. 그는 “비인기 종목에서도 스타가 나오면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보여 줬다. 내가 얼마나 하는가에 따라 리듬체조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수지의 최종 목표는 한국인 첫 리듬체조 국제심판. 그는 “한국인 심판이 없다 보니 심사 때 보이지 않는 불리함이 많다. 영어와 러시아어를 틈틈이 익혀 국제심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신수지
△1991년 1월 8일생 △출신교=오금초-오금중-세종고 재학 △체격=163cm, 42kg △가족=2녀 중 차녀 △별명=연체동물 △특기=9회 백 일루전(Back Illusion)-한쪽 다리를 축으로 다른 다리를 360도 수직 회전시켜 원을 만드는 동작으로 9회 연속은 신수지가 처음 △주요 경력=2006년 제87회 전국체육대회 리듬체조 고등부 금메달, 2008년 국가대표 및 베이징 올림픽 파견대표 선발전 개인 종합 1위
한국 리듬체조 간판 신수지 사진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