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움과 절제의 절묘한 조화.
얼마 전 출판사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도산공원 근처에 있는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자연광과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어우러진 세련된 장소여서 개점 당시 화제를 모은 곳이다. 전체적으로 다갈색 가죽과 원목 나무를 기본 재료로 사용했다. 유연한 곡선과 절제된 디자인이 차분하면서도 독창적이었다.
최근 주부 잡지나 인테리어 잡지에도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자주 볼 수 있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가구나 인테리어에 대한 기사가 많이 실릴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올 들어 전 세계적인 유행이기도 하다.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 반도를 중심으로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국가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디자인을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라고 한다.
1930년대에 인기를 모았던 양식으로 당시 활약했던 달리나 미로 같은 초현실주의에서 볼 수 있는 유기적 형태나 피오르드 협곡을 모티브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마치 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은 곡선적인 형태의 유기적 디자인은 극도로 절제된 감성과 어우러져 7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매우 현대적인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alto)의 유명한 작품인 ‘사보이’는 마치 호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매끄러운 유리로 만들어 현대적이면서도 우아하다.
너무나도 유명해 유사품(?)까지 등장하게 된 얀 야곱슨(Arme Jacobsen)의 ‘개미 의자’는 개미 몸통을 연상시킨다.
대체로 극도로 절제된 미니멀리즘이나 반대로 극도로 화려한 스타일은 아주 아름답거나 멋있을 수 있지만 금방 실증이 나는 경우가 많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단조로움 속에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색감(色感)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패션지인 ‘보그’ 이탈리아 판에서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가구와 색상을 이용한 패션 화보를 실었다. 원목을 사용해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가구와 함께 톡톡 튀는 빨강, 하늘색, 주홍색과 같은 선명한 색상이 어우러진 화보였다.
흰색과 아이보리, 그리고 원목에서 우러나오는 베이지색을 기본으로 강렬한 색을 매치하는 것으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에서 볼 수 있는 색감이다.
얼마 전 허멀밀러사가 1960년대에 만든 의자를 구입해 서재에 놓았다. 다리 한쪽이 짧아져 기우뚱하지만 오렌지 색상이 강렬한 플라스틱 의자를 보면서 봄기운을 느낀다.
서은영 패션 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