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새는…”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채희영 센터장(가운데)과 연구원들이 26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의 야산에서 조류를 관찰하고 있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홍도에서 새들은 또 하나의 보배나 마찬가지. 연구원들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지만 아름답고 예쁜 새와 함께 지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홍도=박영철 기자
홍도 철새연구센터 연구원들이 발견한 국내 미기록종인 붉은등때까치 흰머리바위딱새 귤빛지빠귀 꼬까울새(위부터). 사진 제공 철새연구센터
한반도 조류 75%관찰 ‘정거장’
국내 유일의 홍도 철새연구센터
《전남 목포항에서 뱃길로 115km 떨어진 작은 섬 홍도.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홍길표(40) 연구원은 쌍안경과 망원경, 카메라를 챙겨 마을 뒷산으로 향했다. 채소밭을 지나 수풀이 우거진 산으로 오르던 그는 “삐∼비익 삐∼비익” 하는 새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눈 주위가 희고 날개와 꽁지가 녹갈색인 동박새였다. 남부지방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텃새로 수년 전부터 섬에서 관찰되고 있다.》
홍 연구원은 “홍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텃새를 보기 쉽지 않다”며 “동박새의 이동경로가 밝혀지면 국내 텃새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26일 말했다.
○ 섬 전체가 ‘철새 정거장’
해질 무렵이면 홍도는 섬 전체가 붉게 물든다. 경관이 빼어난 점 외에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들게 하는 것은 바로 새들이다.
한반도를 거쳐 남쪽 월동지와 북쪽 번식지를 오가는 새들의 정거장이 바로 홍도다. 지친 날개를 접는 ‘사막의 오아시스’나 마찬가지다.
국내 유일의 철새연구센터가 2005년 7월 신안군 흑산면 홍도에 자리 잡은 이유다.
홍도와 인근 흑산도에서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목격되는 조류(452종)의 74.6%인 337종이 관찰됐다.
“홍도는 면적이 6.47km²로 좁아 적은 인원과 예산으로 철새를 24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고 포획해서 관찰하기 쉬워 국내 철새 연구의 최적지입니다.”
센터장 채희영(44) 박사는 “철새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새의 발목에 가락지를 부착해야 하는데 남쪽에서 500km 이상 쉬지 않고 날아 홍도에 막 도착한 새들은 거의 탈진 상태여서 쉽게 붙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