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늘 첫째 아이가 학교 축제에서 공연을 한 날이었지.’ 지상파 방송 뉴스를 보던 A 씨는 지역 학교 축제현장을 방영하는 한 지역방송으로 TV 채널을 돌렸다. A 씨는 TV의 초기화면을 △조간신문 △아이들 학교 △스포츠 채널 등으로 구성해 놓았기 때문에 수백 개의 채널을 일일이 찾을 필요가 없었다. ‘A 씨만의 TV’가 구현된 셈이다. 방송·통신의 대표적 융합 서비스인 ‘인터넷TV(IPTV)’가 등장함에 따라 지상파 및 케이블 중심의 TV 방송이 조금씩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시청자가 원하는 채널만 골라 봐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7동의 LG데이콤 안양사옥.
이곳에 마련된 IPTV 방송센터는 이 회사의 ‘myLGtv’에 가입한 전국의 수만 가구를 대상으로 IPTV 방송을 송출하는 곳이다.
방송센터는 562m²(약 170평) 규모로, 약 100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정관재 LG데이콤 방송기술팀장은 “IPTV는 기존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케이블이나 위성방송보다 한 단계 진화된 방송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 내 대형 컴퓨터 장비는 콘텐츠 기업으로부터 프로그램을 받아 저장해 놓은 뒤 시청자의 요청이 있을 때 각 가정의 TV로 전송해 주는 역할을 한다. 방송센터의 핵심 장비인 셈.
IPTV가 기존 TV와 다른 점은 이 대형 컴퓨터 장비가 각각의 시청자를 구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방송은 짜인 편성표대로 4개의 지상파 채널과 70여 개의 케이블 채널에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시청자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진 채널만 선택할 수 있다.
반면 IPTV는 수백∼수천 개의 채널을 만든 뒤, 시청자가 원하는 채널 하나만을 활성화시켜 보내준다. 이론적으로는 채널 수를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LG데이콤은 “신문을 TV로 보거나 ‘내가 다니는 학교’ ‘내가 다니는 교회’의 채널을 보는 ‘나만의 TV’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풀뿌리 TV, 다양한 주민 욕구 채워줘
마포구청이 운영하는 지역 IPTV인 마포 iTV는 지역주민이 직접 제작한 ‘풀뿌리 TV방송’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지역 내 주민자치센터, 상암동 홈에버 등 대형마트, 은행 및 식당에 설치된 100여 대의 대형 TV를 통해서다.
마포 iTV는 지방자치단체로는 비교적 많은 월 30편가량의 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지역뉴스, 마포구 내 직업 체험, 함께하는 손수제작물(UCC)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이현수 PD는 “기존 종합유선방송(SO)에서도 지역뉴스를 내보내지만 독점 체제여서, 지역 주민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며 “IPTV를 통해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 이 방송의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차경순(42) 씨는 “학교에서 평준화 교육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 지난해 서울교육청의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취재해 IPTV로 방송한 뒤 큰 호응을 얻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IPTV 방송을 만들며 큰 곳(대형 방송사)만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안양·서울=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