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서울 중구 충무로 본점 본관 개관 1주년을 즈음해 일본의 명품 패션 브랜드인 ‘꼼 데 가르쏭’과 ‘주카’, ‘스피치오’를 들여왔다.
그동안 일본 명품 브랜드는 편집 매장(다양한 브랜드를 주제별로 한 매장에 모아 놓은 것)을 통해 일부 소개됐다. 하지만 백화점 내에 별도 단독 매장을 갖춰 여러 개 브랜드가 동시에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 ‘원색 열풍’도 한몫
일본 명품 브랜드는 2000년대 들어 하나 둘씩 강남 부유층 사이에 입소문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 가전이나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명품 일본 패션의 국내 상륙이 늦어진 데는 일본 특유의 ‘튀는’ 디자인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유럽의 디자인에 식상한 국내의 부유층 소비자들이 일본의 ‘개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패션계에 불고 있는 원색 열풍도 한몫했다.
꼼 데 가르쏭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대표 디자이너 가와쿠보 레이가 이끌고 있는 브랜드로 전위예술적인 냄새가 많이 풍긴다. 주카는 유럽적인 색채에 일본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신세계백화점 채정원 상품기획자(MD)는 “서양인의 체형에 맞춘 유럽 브랜드와 달리 일본 브랜드는 수선하지 않아도 돼 40대 이상 중장년층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세이미야케의 경우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의 명품 제품군 가운데 버버리에 이어 매출 2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06년 이후 오니쓰카 타이거, 로즈블릿, 쓰모리치 사토 등 일본 명품 브랜드를 속속 들여왔다. 최근에는 남성 캐주얼 브랜드인 ‘랜덤’을 선보였다. 이 백화점 이상엽 MD는 “일본 브랜드는 가격 폭이 넓어 20, 30대 젊은 고객이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 일본을 먹고 마신다
가공식품, 주류, 생활용품 등 소비재 분야에서도 일본 제품은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새로운 ‘일류(日流)’를 형성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수입식품매장에서는 낫토(일본식 청국장)에서부터 간장이나 라면, 초콜릿 등 일본 제품이 전체 진열상품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제품 가짓수도 다양해져 처음으로 수입 물꼬가 트인 2003년 당시 100여 종류에 불과했던 일본 제품은 지금 1200종에 이르고 있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엔화 약세에다 중국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