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 국민들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제1부총리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메드베데프-푸틴 양두 체제에 압도적 지지=메드베데프 부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17년간 보좌한 푸틴의 심복 중 심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에게 ‘후계자’로 지명받는 순간부터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 독주했다. 선거운동 기간 TV 토론회에도 출연하지 않은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겐나디 주가노프(63·공산당),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61·자유민주당) 후보를 항상 앞질렀다. 선거운동 기간 푸틴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크렘린의 통제를 받는 관영 언론의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들은 메드베데프 부총리의 압도적인 승리가 확실시되는 데 대해 “정치적인 안정과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갈망하는 러시아 유권자들의 희망”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날 모스크바 남서부 지역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한 대학생은 “옛 소련 시절 공산당 서기장을 추대할 당시와 비슷한 (정부가 내세운 후보의 당선이 확실한) 분위기라지만 유권자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모두 “나도 메드베데프 부총리에게 찬성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양두 체제 유지 전망=메드베데프 부총리의 당선 전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치가 푸틴 대통령 집권 당시보다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당장 이번 선거는 관권 선거 시비에 휘말릴 조짐이 일고 있다. 모스크바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기압이 평소보다 30hPa(헥토파스칼) 이상 내려갔다”며 노약자와 장애인의 재택 투표를 허용했다. 크라스노다르 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야권 참관인들을 투표장에서 몰아내는 등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서유럽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 대선이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선거 감시인단을 러시아에 보내지 않거나 당초 계획보다 감시인단 규모를 축소했다.
이번 선거에 불참한 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비롯해 야권 지도자들은 투표 다음 날인 3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관권 선거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마이클 매코넬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지난달 초 하원 청문회에서 “메드베데프와 푸틴의 공생(共生)이 러시아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총리 권한 강화와 대통령 권한 약화와 같은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