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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법과 문학 사이

입력 | 2008-03-03 03:03:00


국민의 자유와 창의를 보장하고 증진하는 것이 법의 본질이다. 법의 본질을 이해하면 법이 문학과 맥이 닿음을 알 수 있다. 법은 법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작품 속에도 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과 법은 모두 인간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이 책은 “법과 문학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하면서 많은 문학작품의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법과 연결하여 설명한다. 책의 내용 중 일부를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가)돈키호테에게는 ‘진리’와 ‘정의’의 추구라는 고귀한 이상이 있다. 그가 ‘미쳤다면’ 그것은 숭고하고도 강렬한 이상으로 무장한 그의 눈이 범인(凡人)과 달랐기 때문이다. 돈키호테가 맞서 싸우는 적은 기성의 제도이다. 그는 단순히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 현실이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이상주의자다.(352쪽)

(나) 런던의 젊은 변호사 조너선 하커는 드라큘라 백작이 영국 땅에 구입한 부동산의 소유권 취득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트란실바니아에 파견되고 이내 드라큘라의 포로가 된다. 상식을 벗어난 온갖 위험 속에서도 하커는 충실하게 여행일지에 기록하고 이 기록은 흡혈귀의 정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368쪽)

‘진리’와 ‘정의’, ‘진실 추구’는 법의 키워드다. (가)의 돈키호테는 구(舊)제도, 관료주의, 전체주의를 타도하려 하는 정의의 사도다. 돈키호테는 부정한 현실에 꿈마저 유실당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옳은가를 몸으로 보여준다.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법의 정신이다. (나)의 변호사 하커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드라큘라의 정체를 규명한다. 드라큘라를 제거하는 데에 법률가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돈키호테와 드라큘라의 이야기는 모두 구질서가 몰락하고 신질서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제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해 논술 문제를 만들어보고 그 답안도 작성해보자.

①‘(가)에서 돈키호테가 벌인 정의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제시하시오’라는 문제를 생각해본다. 돈키호테는 승리의 ‘결과’보다는 의로움이라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한다. 남들은 ‘가망 없는 일’이라고 쉽게 포기할 때도 그는 돌진을 한다. 돈키호테가 당나귀를 타고 거대한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공주의 구원을 받는다.

그에게는 불굴의 의지와 정신적 건강이 있다. 이와 관련한 단적인 사례로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당시 일제라는 거대한 벽을 향해 돌진한 안중근의 행동은 돈키호테와 유사하다고 볼 수는 없을까. 안중근은 고귀한 이상을 위해 의롭게 죽는 순간 마음속의 독립을 이뤘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② ‘(나)의 드라큘라가 아직도 인기를 지니고 있는 이유를 현실과 관련지어 설명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 본다. 드라큘라는 양민의 고혈로 연명하는 병든 귀족사회를 상징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드라큘라가 여전한 인기를 끄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이 세상에 아직도 남아 있는 병든 귀족사회와 신분사회를 타도하고 싶은 독자들의 욕망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면 어떨까. 드라큘라 이야기 속 하커는 부조리한 사회의 개혁에 앞장서는 법률가이자, 사회현실 속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향한 공동체의 가치관을 제시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법과 문학’ 사이에 있는 ‘과(and)’에 주목한다. 여기서 ‘과’는 나열을 의미하는 단순한 조사가 아니다. ‘과’ 속에는 법과 문학이 서로 요청하는 ‘필연성’과 ‘당위’의 의미가 들어있다고 책은 말한다. 법의 내용과 문학의 내용은 모두 필연적이어야 하며, 또한 당위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고…. 이런 필연성과 당위성은 법학의 지평을 넓히고, 법치주의의 확산에 기여하며, 미래 사회의 총체적인 발전을 이루도록 하는 요소다. 우리 사회에 ‘법과 문학’이 중요한 이유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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