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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특집]러시아의 롯데백화점…‘대륙의 지갑’을 열다

입력 | 2008-03-03 03:03:00


유통업계는 해외시장 공략을 신(新)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 ‘빅2’인 롯데와 신세계도 글로벌 경영에 그룹의 미래를 걸고 있다. 롯데는 국내에서 익힌 판매 노하우를 러시아와 중국에서 발휘할 채비다. 국내 최대 대형 마트인 이마트를 갖고 있는 신세계는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했다.

○롯데, ‘VRICs’ 공략으로 글로벌 경영

롯데의 글로벌 경영 전략은 VRICs로 요약된다. 베트남(Vietnam)-러시아(Russia)-인도(India)-중국(China)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백화점 업계로는 처음으로 해외 점포 1호점을 열었다. 이 백화점에는 동양권에서 서양권으로 진출한 첫 번째 백화점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모스크바점은 식품부터 잡화, 패션, 가전, 가구까지 모두 갖춘 한국 스타일의 백화점이다. 예전에는 러시아에서 ‘원 스톱’ 쇼핑이 가능한 이런 스타일의 백화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롯데백화점은 모스크바에 추가로 매장을 여는 한편 러시아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매장을 세우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에도 매장을 연다. 롯데백화점은 8월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매장을 열어 중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롯데 브랜드를 알릴 계획이다.

롯데는 중국에서 대형 마트 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계 대형 마트 마크로 8개점을 인수해 중국 진출을 시작했다.

롯데마트 김종인 기획담당 이사는 “현재 베이징, 톈진(天津), 산둥(山東)성, 랴오닝(遼寧)성 등에 용지 확보와 신규 점포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존 유통업체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 사업은 베트남에서도 한창 추진 중이다. 롯데마트는 올해 말 호찌민에 롯데마트 베트남 1호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호치민, 하노이 등 주요 지역에 15개에서 20개의 점포를 열기로 했다.

한편 롯데는 올 1월 인도 뉴델리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뉴델리, 뭄바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현지 유통망을 확보한다는 장기 계획의 첫걸음이다.

○신세계 “13억 중국인의 지갑을 열어라”

중국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해온 신세계는 올해도 이마트를 내세운 중국 공략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세계 이마트는 1997년 2월 국내 유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상하이(上海)에 점포를 내면서 중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외환위기에다 월마트와 까르푸의 한국 진출 등 국내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중국 사업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마트가 중국에 2호점을 낸 것은 1호점을 낸 지 7년이 지난 2004년. 국내 대형 마트 시장에서 1위를 확고히 했다는 자신감을 가진 뒤 비로소 눈을 다시 중국으로 돌린 셈이다.

이후 2005년 2개, 2006년 4개, 2007년 3개의 매장을 열며 발 빠르게 중국 사업을 강화한 이마트는 2008년 2월 현재 상하이에 8개, 톈진에 2개 등 1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10호점인 상하이 난차오(南橋)점을 오픈하면서 중국 전략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상하이나 톈진 등 핵심 지역에 점포를 세운 뒤 주변지역으로 점포망을 확대하는 안정적인 전략을 택했지만 앞으로는 중국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점포망을 확대하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지난해 말까지 중국 6개 도시에 설립 용지를 확정했다.

올해 베이징, 상하이, 톈진, 쿤산(崑山) 등에 8∼10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고 매년 10개 정도의 점포를 늘리기로 했다. 2012년까지 50개 이상의 점포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 현지화가 성공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우수한 현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할인점으로는 처음으로 2006년 7월 모든 점포의 점장에 중국인을 임명했다. 또 올해는 상하이에 중국교육센터를 열어 중국 이마트를 이끌어갈 ‘유통사관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이마트 측은 “상하이 자오퉁(交通)대, 톈진 난카이(南開)대 등 지역 일류 대학 성적 우수자들이 이마트에서 실습 과정을 밟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중국 현지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