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노사(勞使)가 카렌스를 생산했던 화성공장 2라인 직원 96명을 신차인 모하비 라인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난산(難産)의 합의를 이루었다. 2006년 12월 카렌스 제조라인이 광주공장으로 옮겨감에 따라 생긴 유휴 인력이 무려 1년을 넘겨서야 생산 작업에 투입된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출근해 교육만 받고 ‘본업’인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하지 않았다. 기아차가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낸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그동안 기아차 회사 측은 인기 차종의 생산 물량을 늘리고 싶어도 노조의 전환 배치 동의를 받지 못하면 다른 라인에 유휴 인력이 있어도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생산성이 낮아지고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떨어졌다. 기아차가 신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7.5시간으로 일본 도요타자동차(22.0시간)의 1.7배나 됐다. 그런데도 임금은 매년 5∼9% 올랐다.
작년까지 17년 연속 파업하면서 강경 투쟁으로 일관한 기아차 노조가 뒤늦게나마 전환 배치에 합의한 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생산직 사원 2만3000여 명 가운데 0.4%를 전환 배치하는데도 이토록 힘이 들어서야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노사 모두 국내외 환경 변화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응해도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인력 배치라는 가장 기본적인 경영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발목을 잡아서는 기업의 미래가 없다. 글로벌 경쟁에선 맥도 못 추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애국심에만 기대를 걸 때도 지났다.
마침 한국노총은 ‘때만 되면 파업하고 투쟁하는 구태(舊態) 노조운동 방식’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동참하기 위해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투쟁에서 대화로 전환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아차 노조와 그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경직되고 소모적인 노동운동에서 벗어나 우선 기업과 경제를 살림으로써 노사가 윈-윈 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기아차 노조가 올해 단체협상에서 연속 파업 기록에 마침표를 찍는다면 그 가능성이 열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