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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st]캐딜락 ‘뉴 CTS’ 시승기

입력 | 2008-03-04 02:59:00


미국차답지 않게 서스펜션 단단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인 캐딜락(GM 산하)이 변화를 넘어서 아예 미국에 대한 ‘배신’을 선택했다.

캐딜락이 새롭게 내놓은 ‘뉴 CTS’(사진)는 이제 미국인을 위한 미국의 차가 아니었다.

웬만큼 차를 잘 아는 마니아들도 눈을 감고 CTS를 운전한다면 캐딜락이라고 알아맞힐 확률은 낮아 보였다. 그 대신 현가장치(서스펜션)가 단단하기로 소문난 독일의 어느 브랜드쯤으로 생각할 것 같다.

미국은 도심을 벗어나면 전반적으로 노면이 좋지 않고, 수백 km의 장거리 주행이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미국 차는 승차감을 결정하는 서스펜션을 유럽 차에 비해 부드럽게 세팅하는 경향이 강해 ‘물침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러나 뉴 CTS는 이런 전통과 완전히 결별하고 ‘돌침대’로 바뀌었다. 시승한 CTS 3.6 프리미엄 모델은 기본형과 달리 스포츠 서스펜션이 더해져 핸들링의 반응이 이전 모델보다 훨씬 더 즉각적이었다. 고속 안정감도 뛰어나 시속 180km에서도 흔들리거나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연속된 차로 변경도 어렵지 않게 해냈다.

달리기 실력도 만만치 않다. 3.6L급 304마력 엔진이 들어간 CTS는 계측기로 테스트한 결과 정지상태에서 6.7초 만에 시속 100km에 이르는 가속력을 자랑했다. 시속 200km까지는 멈칫하지 않고 곧바로 속도를 올릴 수 있었고 시속 230km에서 속도 제한장치가 작동했다.

연료소비효율도 높아져 국내 공인 연비 기준 1등급이라지만 3.6L의 큰 배기량은 어쩔 수 없었는지 연료계 바늘이 내려가는 속도가 느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성능뿐만 아니라 운전자에 대해 불친절한 편이었던 미국 브랜드의 단점도 많이 줄었다. 40GB(기가바이트)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내장돼 수천 곡의 음악파일과 영화 수십 편을 저장해 놓고 즐길 수 있다. 아이팟 등 MP3플레이어 연결도 기본이다. 운전대를 돌리는 방향으로 전조등을 비추는 액티브 헤드라이트까지 들어가 있다.

그러나 문제점도 몇 가지 보인다. 돌침대인 탓에 서스펜션의 충격 흡수 능력이 떨어져 노면에 요철이 있는 부분에서는 승차감이 거칠어진다.

독일산 스포츠세단들이 강한 서스펜션을 유지하면서도 승차감까지 좋아지고 있는 최근 경향과는 비교된다. 한국의 도로 사정을 감안할 때 스포츠 서스펜션보다는 일반 서스펜션이 달린 기본형 모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브레이크도 가속력에 비해서는 약간 부족한 듯한 인상이다. 220km를 넘어서면 선루프 쪽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CTS 기본형은 5340만 원이며, 프리미엄급은 5890만 원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