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보고 비틀스를 상상하세요” “아바 팬들이 진짜 아바인 줄 알았대요”. 런던 출신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 ‘이매진 더 비틀스’(아래)와 아바 트리뷰트 밴드 ‘아바걸스’가 4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아바! 비틀스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4일부터 9일까지 네 차례 공연을 한다. 사진 제공 동유엔터프라이즈
런던에서 온 트리뷰트 밴드
‘이매진 더 비틀스’ ‘아바걸스’ 내한 인터뷰
‘비틀스에 미쳐 아예 비틀스가 된 사람들.’
한 평론가의 말처럼 ‘트리뷰트 밴드’는 뮤지션에 대한 음악적 존경심과 절대적 그리움으로 탄생했다. 어떤 이는 남들이 쌓아 놓은 명성으로 돈을 챙기는 ‘카피 밴드’ ‘짝퉁 밴드’라고 폄훼하지만 전설과 함께 사라지는 뮤지션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트리뷰트 밴드도 늘고 있다. 비틀스와 아바의 부활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대리만족시켜 주는 트리뷰트 밴드들에겐 자부심도 크다.
3일 런던에서 내한한 ‘이매진 더 비틀스’와 ‘아바 걸스’를 만났다. 이들은 4일부터 8일까지 경기 분당, 울산,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네 차례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 이날 공연에는 한국의 비틀스 트리뷰트 밴드인 ‘멘틀스’ ‘레볼루션’과 퀸 트리뷰트 밴드인 ‘영부인밴드’ 등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 문의 02-701-7511
○ 이매진 더 비틀스 “비틀스라고 착각해줘요”
“비틀스를 넘어서고 싶냐고요? 제발 근처에라도 가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그룹도 비틀스를 넘어설 순 없죠. 그저 관객들이 저희를 보며 비틀스가 온 것 같은 착각을 느꼈으면…. 그게 꿈이에요.”
‘비틀스를 상상하라’는 뜻을 가진 그룹 ‘이매진 더 비틀스’는 지오프리 라제트(30·존 레넌), 로버트 이안 심슨(47·폴 매카트니), 니젤 쿠크(37·링고 스타), 제임스 헨더(42·조지 해리슨) 등 4인조로 구성됐다. 7년 전부터 비틀스 따라하기를 업으로 삼은 이들은 가짜 비틀스라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을 위해 러시아 홍콩 두바이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을 누볐다. 이들의 비틀스 흉내는 사소한 부분까지 미친다.
“존 레넌이 썼던 안경 중에 ‘그라니(Granny)’라는 브랜드가 있어요. 존이 샀던 백화점까지 샅샅이 뒤진 끝에 결국 사게 됐죠.”(존 역)
“저는 기타 치는 피킹까지도 조지와 똑같은 걸로 사야 해요. 연주하는 손 감각까지 흡사하게.”(조지 역)
“오, 나는 비틀스와 키스하는 꿈까지 꾸는데요.(웃음)”(폴 역)
폴 역을 맡은 로버트의 생일은 6월 18일로 폴과 같다. 링고를 맡은 니젤은 어릴 적 비틀스처럼 되기 위해 드럼을 배웠다고. 그는 헤드뱅잉하며 드럼을 치는 링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비틀스의 오랜 팬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들은 비틀스의 수많은 명곡 중에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할까. 다들 “단 한 곡도 꼽을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비틀스 노래 중에 ‘에잇 데이스 어 위크’라는 곡이 있어요. 일주일이 8일이라고 해도 그 노래를 다 부를 수 없는데, 어떻게 한 곡을 꼽을 수 있죠?”
이번 무대에서 이들은 ‘렛 잇 비’ ‘올 유 니드 이즈 러브’ 등 숱한 명곡을 들려주지만 ‘비틀스’ 해체 후 만들어진 존 레넌의 ‘이매진’은 절대 부르지 않을 예정이다.
○ 아바의 비밀도 아는 아바 걸스
“아바를 눈앞에서 만나게 된다면요? 오, 이런. 아예 멤버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들어가고 싶은데요.(웃음) 함께 월드투어 다니게요.”
영국 출신 킴 그레이엄(52)과 질다 크리스티안(32), 남성 객원 보컬 두 명으로 구성된 ‘아바 걸스’는 12년 동안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한 20여 개국에서 3000번 넘게 공연한 전문 아바 트리뷰트 밴드. 아바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스웨덴에 가기 무서울 정도”라고 말한다.
“평생 동안 스웨덴 출신 아바 노래를 불렀더니 이제 말투에 스웨덴 악센트가 배어나올 정도죠. 스웨덴에 갔을 때 사람들이 스웨덴인인 줄 알고 말을 걸면 어떡해요.”(킴)
어릴 적부터 아바를 연구해 별명이 ‘아바 데이터베이스’인 킴은 남들이 모르는 아바의 비밀도 슬쩍 알려줬다. 스웨덴 출신으로 알려졌던 보컬 애니프리드가 사실은 노르웨이 출신이라는 것. 이어 그는 아바만의 독특한 창법에 대해서도 분석하기 시작했다.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다 보면 아바만의 호흡법을 알 수 있어요. 가사와 가사 사이에 호흡을 툭툭 뱉어주는데 그 느낌이 아주 독특하죠. 백 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멜로디와 풍성한 하모니는 흉내 낸다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라니까요.”(킴)
아바와 비슷해지기 위해 자신의 갈색 머리를 매번 금발 머리로 염색했다는 질다는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했던 뮤지컬 배우 출신. 하지만 모든 걸 접고 가짜 ‘아바’가 되기 위한 삶을 선택했다.
“이제까지 인생을 배우로서 살았다면 나머지 절반의 인생은 아바가 되기 위해 살고 싶어요. 하지만 ‘진짜’ 아바는 될 수 없다는 것도 알죠. 그 위대한 아바를 사람들이 두 번 경험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요.”(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