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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성이 씨와 정덕구 씨의 경우

입력 | 2008-03-04 22:51:00


이명박 대통령의 장관 인사와 한나라당의 4·9총선 후보 공천을 놓고 뒷말이 많다. 국민의 시선도 곱지 못하다. 야당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거부로 장관 임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내고도 충남 당진의 한나라당 공천이 내정된 정덕구 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김 후보자는 문제투성이다. 저서 표절과 논문 중복 게재, 오피스텔 임대수입 및 매매가 축소신고에다 청소년보호위원장 시절 업무추진비 1280만 원을 유용한 혐의로 특별감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5공 시절 학생운동 탄압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던 논문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경기 가평군 땅의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딸은 국내에서 13차례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한 일간지에 “신앙심이 사회복지정책과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요지의 칼럼을 게재했다. 신앙은 자유지만 헌법에는 정교분리(政敎分離) 조항이 있는데 이런 사람이 장관을 해도 괜찮겠는가. 공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질과 도덕성조차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보건복지 행정을 이끌 신뢰의 토대마저 무너졌다.

아무리 인재풀이 빈약하더라도 이 정도로 함량 미달인 사람을 어떻게 발탁하게 됐는지 납득이 안 된다. 지금이라도 김 후보자가 자퇴(自退)해 새 정부의 흠결을 줄여주는 게 도리다. 그가 버티고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새 정부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정덕구 씨 공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당이 어렵다고 한나라당에 와서 공천 받은 인사가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김대중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는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의원을 지내다 지난해 2월 사퇴했다. 이 대통령과 고려대 출신, 소망교회 교인이라는 인연이 있고 이 대통령이 회원으로 있던 ‘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약칭 소금회)’ 멤버이기도 하니, 인 위원장이 그의 공천을 비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의 처세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성격이 판이한 정권에서 요직을 지내고 정당을 바꾼 사람을 공천 내정한 것은 상식 밖이다. 이것이 정권 교체의 구체적인 모습이고, 한나라당이 말하는 ‘원칙 있는 공천’인가. 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비리 전력자는 예외 없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한 공언을 실천한다면 한나라당은 공천에 관한 한 민주당에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